(2007. 9. 5)
무슬림 외국인 노동자와 선교
이헌용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어 억류되었던 분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됨을 생각할 때 참으로 마음 깊이 감사 드리게 됩니다. 초췌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눈물로 재회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부터 한국 교회뿐 아니라 온 나라가 납치된 분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동참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비판의 소리도 참 많았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부정적인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희년선교회도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여러 사역들을 돌이켜 보며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무슬림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한국교회의 사랑과 열정 -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한국 교회의 사랑과 열정은 아주 특별합니다. 한국의 어렵고 힘든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쌍히 여겨 아들처럼, 동생처럼 생각하여 매 주일 마다 식사 대접을 하고 한 달에 한번 머리도 깍아 줍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게 되면 한국인 특유의 정스러움으로 보살펴 주는데 기대 이상의 애정 어린 섬김에 외국인 노동자는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입니다. 전 교인 수련회가 있을 때면 외국인 노동자 숙소 앞까지 버스를 몰고 가서 태워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하는 교회에서는 힘을 다하고, 마음을 다해 외국인 노동자를 섬기시는 집사님, 권사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이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격하여 신앙을 갖게 된 외국인 노동자들도 또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열매가 없을 때 -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사랑을 쏟아 부었는데도 아무 열매를 얻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무슬림 노동자들로부터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해외 선교지 처럼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게도 사랑을 주었건만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다거나 아니면 성경에 관심을 가진다거나 하는 변화는 거의 없고 오히려 자기가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 도움을 받고는 사라져 버리는 모습이 마치 낚시 바늘에 달린 미끼만 빼먹고 달아나는 물고기 같아 야속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도 사역의 열매는 보이지 않고 피로감은 가중되어 그나마 몇 안 되는 이슬람권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포기하는 교회가 많아졌습니다.
- 화평케하는 자 -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세계사를 살펴보면 기독교 국가와 와 이슬람 국가는 오랜 세월 대결 구도로 지내왔음을 발견합니다. 지금도 자국의 정치, 경제적 목적에 따라 현대의 소위 기독교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은 이슬람권 국가와의 관계를 종교적 대치상태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종교를 표방한 대결 국면에 한국 교회는 더욱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한국을 찾아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무슬림 외국인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한국교회가 외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돌아본다면, 언젠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많은 무슬림들의 가슴에 예수님의 사랑과 공의를 실천하고자 애쓴 한국교회의 모든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이 모든 수고의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결코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한국교회는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다고 낙심하여 무슬림들을 섬기는 사역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도움을 구하여 찾아오는 무슬림들에게 대가를 바라지 말며 꾸준히 선을 베푸는, 우리에게 먼저 사랑으로 다가오신 하나님 뜻을 따라 우리도 ‘먼저 사랑’을 꾸준히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 교회 뒷마당의 무슬림 -
또한 무슬림 노동자들이 이미 한국 교회 뒷마당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많은 무슬림 노동자들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자본주의와 배금주의, 도시화의 폐단으로 인해 지켜내야 할 아시아적 공동체성의 장점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있으며, 가정과 성윤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이들은 경험하며 교회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선교는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 되어 서로 더욱 사랑할 때 큰 열매로 나타날 것입니다. 교회끼리, 선교단체끼리 경쟁하지 않으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애쓰는 진실된 사랑 앞에 모든 거짓 된 것은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열방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참되신 하나님께 큰 영광 돌리게 될 것입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13:34-35)
(2007. 9. 5)
'컬 럼 > 이헌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꾸로 가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 (0) | 2021.09.09 |
---|---|
위도 10-40 지역에서 온 사람들 (0) | 2021.09.09 |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선교과제 (0) | 2021.09.09 |
희년을 누리게 하소서 (0) | 2021.09.09 |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 (0) | 2021.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