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자료-복음 (Gospel)

그리스도인과 전쟁 V.

희년선교회 2021. 9. 18. 10:07

▲ 박노자 교수가 '뒤집어 보는 종교, 전쟁, 평화'를 주제로 7월 15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강의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기독교가 전쟁을 지지해 왔다고?

박노자 교수 "주류 기독교가 전쟁 반대한 건 베트남 전쟁 이후“

2013.07.16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고,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종교가 평화와 비폭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상식처럼 들린다. 오슬로 국립대학의 박노자 교수(40)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다. "종교는 굉장히 폭력적인 의식을 가진 집단"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역사 속에서 종교가 권력에 편승하여 국가의 전쟁 수행에 동참해 왔다고 지적했다. 종교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평화주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715일 오후 7시 안국동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진행된 강연회에서 박 교수가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 기독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고대 종교의 폭력성은 동물과 인신 제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고대의 모든 종교는 동물이나 포로를 제물로 바쳤다. 이 점에서 박노자 교수 자신은 단 하나의 예외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고대 유대교 역시 동물 제의를 자연스럽게 행했다. 창세기에서는 친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아브라함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축 시대(기원전 6세기~기원후 3세기)의 종교는 합당한 폭력과 무분별한 폭력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출애굽기에서 나오는 십계명은 살인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은 원문에서 '레차흐', 즉 사사로이 살인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모세가 이집트인을 죽였을 때는 원문에서 '나카흐'라고 썼다. 의로운 살인이란 뜻이다. 유대교는 전쟁에서의 합법적인 살인이나 의로운 살인은 인정했다. 이는 신명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불법을 행하는 히브리인들과 이민족에 대한 모세의 무자비한 살육이 무용담처럼 기록돼 있다. 나아가 신명기에 나오는 하나님은 이민족에 대한 대량 학살을 명령하기도 한다.

 

중세 시대는 이러한 구분이 '의전론'으로 발전했다. 국가의 전쟁 행위를 의로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했다. 중세의 대표적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정당한 전쟁과 불의한 전쟁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했다. 그는 정당한 이유, 정당한 주체, 정당한 명분이 의로운 전쟁의 전제가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당한 주체는 왕권을 뜻했다. 의전론은 시민의 반란이나 귀족의 반란을 막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근대의 주류 기독교는 중세의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봉건 시대에 예배를 위해 신부가 전쟁에 따라가는 전통이 군목 제도로 발전했다. 최초의 공식적인 군목 제도는 1796년 영국에서 창설되었다. 군목 제도는 전쟁의 정당성을 신으로부터 부여받고, 자신들이 신의 군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20세기 초반까지도 구미권의 주류 교회들은 1,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 전쟁 참전을 지지했다. 또한 군목을 파견해 주는 등 전쟁 지원에 아낌이 없었다.

 

주류 기독교가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1968년 베트남 전쟁 이후이다. 베트남 전쟁을 기점으로 걸프전,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해 교황청이나 주류 개신교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이 스스로 평화와 비폭력의 진보를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일반 시민들의 여론은 국가가 평화와 비폭력의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쪽으로 확산됐다. 평화를 추구하는 여론이 소수에서 다수가 된 것이다. 주류 기독교는 신도를 확보하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일반 시민과 평신도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일반 시민과 평신도의 요구에 주류 기독교도 발맞춰 가야 했다.

 

박노자 교수는 기독교 역사상 비폭력과 반전 사상을 실천한 예는 두 차례가 있다고 했다. 19세기 이후 적극적인 병역 거부와 전쟁 거부 활동을 벌인 퀘이커들이 한 사례다. 다른 사례는 로마 식민지 시대의 초기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들은 4세기 초까지 예수의 제자임을 자임하고 병역 거부와 비폭력을 실천했다. 테베사의 막시밀리안(274-295)은 로마제국 시대의 기독교인으로 병역을 거부한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돼 있다. 현재 병역 거부를 주장하는 기독교 종파로는 재세례파가 있고, 이단으로 분류되는 여호와의 증인 등이 있다.

 

박 교수는 베트남 전 이후의 양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류 기독교가 평화와 비폭력의 종교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평신도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는 본래 비폭력과 평화를 지향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그들은 때로는 적극적으로, 때로는 소극적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그러나 종교는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으로 존재한다. 평신도들이 기독교가 전쟁에 반대하고 비폭력의 종교로 거듭나기를 요구한다면 기독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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