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0)
로잔 운동과 외국인 이주민 선교 - 희년선교회 30년을 돌아보며
이헌용
희년선교회는 세계복음주의 협의회 (WEF)의 '74 로잔 언약 및 89 마닐라 선언'에 나타난 신앙고백과 대도시 선교(URBAN MISSION) 개념에 입각한 총체적 선교 전략을 실천함으로써 공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복음화함에 그 설립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설립 된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사역을 되돌아 보고자 합니다.(*1)
80년대 말, 어찌어찌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일손이 부족한 공장 곳곳에서 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법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일하는 현장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습니다.(*2)
근무하는 평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 쉬는 일요인엔 병원이 모조리 문 닫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프면 안되었습니다. 임금체불은 다반사였고 일터에서 겪는 산재사고의 보상은 치료에 이은 강제 추방이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불의와 차별, 고통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선교회는 의료인, 법률가, 대학생 등 여러 분야의 자원 봉사자의 동역에 힘입어 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상담을 통해 밀린 임금을 받아주고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에 열심으로 임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배제되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협력병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공제회도 만들었습니다.(*3)
7일 중 공장이 멈추는 하루, 일요일에, 선교회 섬김이들이 드리는 예배에, 상담받으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 둘 참여하여 외국인 노동자 첫 영어 예배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후 선교지에서 돌아온 사역자들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던 단일언어 공동체는 각 나라 언어별 공동체로 분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
외국인 정책 변화에 따른
선교 변화
”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출입국법, 노동법, 건강법 등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 시작하였고 몇몇 외국인 집중거주 지역에는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가 세워져 노동자들의 고충처리에 정부가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 공동체 사역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상담은 점차 줄기 시작하였고 사역자들은 자연스레 전도와 양육, 예배에 더 힘을 쏟게 되었습니다. 사역자가 직접 뛰어 다니며 해결했던 임금체불은 미리 관계를 맺어놓은 노무사에게 보내어 해결받게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좀 더 일찍 그런 방향으로 힘을 쏟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외적 환경에 변화가 생김에 따라 사역에도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
다시금
회복해야 할
선교 영역
”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법과 제도가 초창기보다 많이 개선 되었고 이들에 대한 국민의 의식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법은 변화하는 환경에 늘 개선의 여지가 있기 마련이고, 틈을 노려 불익을 취하려는 소수의 '나쁜 업주'는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과거에 비해 제도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상황 인식과 오랜 사역의 피로감으로 인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소홀히 대응하고 있었다면 돌이켜 다시금 사역의 균형을 회복해야겠습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울러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대안의 목소리를 내야겠습니다.
현재 외국인 미등록체류자(불법체류자)는 42만 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4) 정부는 이들을 5년 내에 절반인 2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속을 시작하였습니다. 정부의 계획이 잘 이루어지고 외국인들도 법을 잘 준수하기 바랍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의 공장이나 일거리가 드문드문한 농어촌 현장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과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1년간 진행된 단속(*5)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을 숙지하여 외국인력 제도가 정비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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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의 기술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물질이 풍요한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부의 편차는 커지고, 기근과 기후 위기로 인해 가난해진 사람들, 전쟁과 정치 종교적 분쟁으로 인해 핍박받는 사람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서고,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미련없이 고향을 등지는 이 시대는, 가히 전 지구적 디아스포라 시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인들의 3D 업종 취업기피는 여전하고, 고령화된 농어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고, 저출생으로 인해 심각해진 인구문제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 등은 우리가 풀어가야할 큰 숙제로 다가와 있습니다. 더 많은 외국인들을 이 땅에 불러들여 함께 살아가야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는 가운데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190만명으로 줄었던 체류 외국인들은 빠르게 240만 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6)
내년에 로잔 50주년을 기념하여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합니다. 로잔의 정신인 총체적 복음의 이슈에 아무쪼록 한국교회가 신학적 합의를 잘 도출해내어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이주민, 난민들에게 하나님 나라, 희년(禧年)이 실현되기를 힘쓰는 계기가 되기 원합니다.
희년선교회도 지난 30년의 사역을 되돌아보며 다시금 새롭게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이주민들의 인간성 회복과 하나님을 경외하는 영성 회복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이 땅에 여전히 고통하고 있는 외국인 나그네들, 이들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도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도록 하며 한국 사회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맞이하도록 노력하기로 다시금 다짐합니다.
이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고 무엇보다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3. 7. 10
총무 이헌용 드림
*1. 1991년 에 시작된 희년선교회는 1992. 7월에 필리핀 노동자를 중심으로한 영어 예배가 시작되었고 1993. 6월에 정식으로 이사회가 구성되었다.
*2. 1991년 해외투자법인연수생제도. 1993년 산업기술연수제 도입. 1995년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 1996년「외국인근로자고용법」, 「외국인근로자고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됨. 2000년 연수취업제. 2002년 1년 연수생, 2년 연수취업생으로 완화.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2007년 1월 1일부터 외국인력제도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 함. 2017년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
*3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격에서 배제된 현실에 희년의료공제회를 설립(1995. 2월) 저렴한 비용으로 협력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호부조형식의 민간의료보험제도.
*4.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23. 5월
*5. 2022. 6월부터 정부합동단속은 계속되고 분기별 1회(연 4회) 상시 단속체계로 가동됨. (법무부 보도자료 2023.2.26)
*6.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23.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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