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들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겸손한 용기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 교우들과의 새벽 기도 모임을 위해서 교회에 가는 길에 폭이 좁은 교회 계단을 오르다가 미끄러져 발목 인대가 파열되어서 반깁스와 목발을 하고 한동안 병원에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핏줄이 터진 아내의 모습이 유난히 피곤해보였는데 가슴에 혹이 크게 만져진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습니다. 유위의 문제행동이 갈수록 심해지는데다가 딸 겸비도 무릎 슬개골 문제로 한 해 동안 병원을 데리고 다녀야 했고, 남편마저 짐이 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동역자분들에게 알려드린 데로 유방암 가능성으로 인해 긴급히 중보를 부탁드렸었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저는 2주 정도를 별도의 장소에서 기도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20여년을 저와 그리고 나그네들과 함께 해온 아내를 생각하며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아내를 방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 자신과 사역에 더 몰두하는 동안 아내는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남편과 자녀들을 돌봤습니다. 20년 가까이 힘들다는 말을 거의 한 적이 없던 아내가 최근 들어 힘들다고 표현할 때도 얼마나 무심했는지가 생각났습니다. 며칠 동안은 회개와 주체할 수 없는 통한의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어찌될지 모르는 현재의 고난보다 저의 이기심과 온갖 죄들이 제겐 더욱 고통이었습니다.
검사결과가 가까울 때 즈음 주님께서는 평안을 주셨습니다. 야고보서의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우리 인생은 내일을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고,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안개’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우리의 삶을 통제하시고 내일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실지 아시는 그분의 ‘손에 쥐어진 안개’라는 것을 되새기게 하셨습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니 어떤 미래가 펼쳐지던 남아있는 날들을 더 중요한 일에 보내기 위해서 주변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리라 다짐했습니다.
두 번의 검사 결과 악성이 아니고 계속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께서 내 영혼을 죽음에서 건져 주시고 내 눈에서 눈물을 거둬 주시며 내 발이 넘어지지 않게 하시어 내가 생명의 땅에서 여호와 앞에 다니게 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내게 베푸신 그 모든 은혜를 내가 어떻게 다 갚겠습니까?”(시편 116). 저의 한계들을 과감히 인정함으로 겸손히 주님의 뜻에 복종하며, 나그네들을 사랑할 뿐 아니라 은혜로 주신 아내의 새 삶의 동반자로 남은 날들을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더 적극적이고 담대해지는 남편이 되기를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어둠의 그늘을 지나는 것 같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거기에 목자이신 주님의 빛이 있었습니다. 주님께는 어둠과 빛이 같다(Darkness and light are the same to you)는 시편 139편의 말씀 그대로 가장 어둠이라고 여겼던 그 때 가장 밝게 빛나는 때였습니다. 왜냐하면 어둠이라곤 조금도 없으신 선한 목자께서 나와 함께 어두운 그늘을 지날 때 저와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늘은 빛을 전제로 하듯이 저의 어두웠던 그늘은 역설적으로 분명한 주님의 임재의 반증이었습니다. 특별히 주님께서는 분명히 교회와 자신을 동일시하셨기에 고난 중에 함께 해주신 수많은 교회의 동역자분들의 기도와 사랑은 부인할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의 임재였습니다!
교회, 희비가 함께 하는 작은 천국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교우들의 아픔 중의 하나는 고국에 있는 가족의 고통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남매지간인 조쉬자매와 리또형제의 모친께서 의식불명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입원한지가 되어 가는데, 의식이 좀 돌아오자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계속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치료비용이 감당키 어려워지자 리또형제를 대신해서 사장님께 퇴직금 조로 미리 가불을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투석을 할 때마다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자녀인 조쉬자매와 리또형제는 더 힘들어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사실 거의 매년마다 교우들의 부모님, 혹은 형제자매를 위한 장례, 위로예배를 인도하게 되는데 고국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교우들의 죄스러움과 아픔을 저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해결해주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줄 누군가의 존재를 요하는 문제이기에, 고통에 함께 하는 영적인 가족(교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합니다. 예수께서 약속하신 바, 주와 복음을 위해 때로 육적인 가족을 잃을 수 있을지라도 내세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얻게 될 결코 잃을 수 없는 영적인 가족인 ‘교회’는 성도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기쁨인 거 같습니다.
희소식들도 전해집니다. 타국에서 고된 노동으로 벌은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교우들에게 잘 성장한 자녀들은 부모들의 자랑이자 보람입니다. 몸으로는 떨어졌어도 기도와 말씀으로 자녀들을 키운 아또형제와 벨라자매의 셋째아들인 미구엘이 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치과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사랑의 선물 10만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첫째 딸 클라리스는 결혼 후 영국에 간호사로 일하다 모처럼의 휴가를 저희 교회로 찾아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영국 간호사 시험 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영국인들이 알 리가 없는 무명의 Pastor Hwang(황목사님)를 언급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게 되었습니다.
또 저희 교회에서 복음을 듣고 세례를 받게 된 조조, 말린 부부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말린자매의 부친께서는 일본에서 30년 정도 이주 노동자로 살았는데 필리핀에 귀국했다가 딸과 사위를 보기 위해 손주들과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식사 교제를 하고 짧게 복음을 나누며 기도해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출국 전에 눈물로 저와 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딸과 사위 모두 아픈 과거를 가진 미혼모, 미혼부였는데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교회에 함께 하는 모습에 너무나 기쁨과 감사를 표했습니다.
교회는 천국에 잇대어 있는 영원한 가족이기에 이 지상에 뚫고 내려온 작은 천국 같습니다. 부도덕한 삶으로 인해 자신이 삶이 악마에 사로잡힌 거 같다고 말하는 줄리자매도 교회에 나오면 진짜 살아 숨 쉬는 거 같다고 고백한 것은 천국의 호흡을 느끼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목회자인 저에게도 주빌리교회는 집(house)이 아니라 가정(home)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연말 연초에 몸이 불편해져 이제 더 이상 교우들에게 해줄 것도 줄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낙심했을 때 오히려 편지와 선물로 사랑을 베풀어준 교우들은 교회가 정말 천국이고 가족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클라리스부부와 함께)
(조조.말린부부 가족과 함께)
예수께서 살아계시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교우들을 위해 필리핀 성서공회와의 협력을 통해 영어(ESV버젼)-따갈로그 대조성경 재출판 승인을 받고 동역자분들의 지속적인 중보와 풍성한교회의 주일학교의 후원을 통해 대조성경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모임 때마다 이제 영어와 타갈로그어 성경 사용을 더 늘리고 있습니다. 설날 수련회 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른 무엇보다 아버지로서 자신을 계시하심,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들 예수를 영원전부터 영원토록 사랑하신 동일한 사랑을 우리가 받게 되었음을 함께 배우며 풍성한 식탁과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교회가 중점을 두는 것 중의 하나는 기도입니다. 기도에 대한 공부는 오랜 시간동안 설교, 교리, 공부를 통해 해왔음에도 기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기도에 대한 어려움은 기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도에 대한 오해와 회의감인 거 같습니다. 기도를 또 장황하게 배우는 게 아니라 삶으로 호흡처럼 기도하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를 성경에서 결코 은사로써 언급한 적이 없는 이유가 호흡을 위해서 특별한 능력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교회는 분명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하고, 사도행전이 보여주듯이 사적인 기도뿐 아니라 교회는 공적으로 정해서 함께 하는“(그)기도들”에 전념해야하기에 함께하는 기도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말씀과 함께 기도를 적어서 나누고 기도하는 것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시편의 말씀으로 공적인 기도모임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주일설교와 주중 아침 묵상 나눔 모두 리고니어재단의 Tabletalk 매거진 스케줄에 맞추어 사도행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일예배 후에도 사도행전 설교를 곱씹을 수 있는 복습질문을 가지고 집사들의 인도 하에 소그룹에서 함께 나누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예수께서 승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시는 일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그분께서 예수의 영이신 성령을 통해서 멈출 수 없는 그분의 말씀으로 교회를 세워가심으로 파괴될 수 없는 그분의 나라를 세워가심을 보게 됩니다. 예수께서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시고 항상 살아계셔서 일하시고 계시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죄에서 돌이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교우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장애와 질병, 정체감 등등 절망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로 괴로운 어느 날, 주빌리교회도, 저의 가정도, 저도 아직 끝나지 미래와 소망이 분명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아직 끝나지 않으셨고, 항상 살아계시고 계속 일하시기에 그분과 연합된 교회와 신자의 운명이 현재로써 끝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말입니다. 예수께서 끝나지 않으셨기에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그분께서는 우리의 현실에 이제 막 새 일을 시작하셨을 수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비록 공장 옥탑에 적은 수가 모이는 주빌리교회이지만 이곳이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께서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 흘러도 영원한 현재로 살아계셔서 끝없이 행동하시는 현장이고, 그 어떤 것과도 비견될 수 없이 마지막까지 남을 영원한 그분의 나라가 세워지고 있는 곳임을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가족 소식
겸비는 양쪽 무릎 슬개골 탈구 진단을 받고 작년 한 해 동안 아산병원에서 재활을 했음에도 차도가 없어서 수술권유를 받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도 소견을 받아보려고 수개월을 기다렸습니다. 검사와 진료를 한 결과 서울대병원에서도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어려운 수술인데다가 한쪽 수술 후 1년 뒤 다른 쪽을 하기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수술 후에도 재발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의료사태까지 발생해 수술을 기약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향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모든 일을 하시는 주님께서 겸비에게 가장 합당한 길을 열어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위는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갈수록 소리지름과 공격성이 강해져서 약을 증량해서 복용 중인데 부작용으로 심하게 간지럼을 느껴서 온 몸을 보이는 사물에다 비벼대고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그로인해 본의 아니게 새 학기 첫날부터는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옷을 탈의해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어 저희는 선생님들과 진지한 상담을 몇 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감사한 것은 학교에 유명인사가 되다보니 전폭적인(?) 관심과 특별한 관리 대상이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선생님들과 차원이 다른 선생님들의 과분할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몸의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고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요구할 것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존귀를 더 하셨습니다.”(고전 12:22-24)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유위를 통해서 저도 하나님 보시기에 존귀하게 여김 받을 만한 무엇을 해서 더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에 존귀한 자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됩니다.
동역자분들의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로 이나연 사모는 감사하게도 양성 진단 이후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5월이면 쉼 없이 이주노동자 사역을 한 지 21년이 되는 데, 여러모로 지쳐있는 가족이 쉼을 누리고 여태 가지지 못했던 사역을 재정비할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기도중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저희 가족에게 먼저는 쉼을 가질 것을 권고해주시고 계시는데, 묵상 중에 전도자 빌립이 사마리아에서 사역의 많은 열매들로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사역이 필요하다고 여길만한 때에 오히려 주님께서 떠나서 광야로 가시라고 하신 것을 기억하면서, 오히려 이 때 멈추어 향후 20년의 사역을 위해 주님의 뜻을 구해야할 때라는 마음이 듭니다. 유위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엄두가 나질 않지만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있습니다.
감사 및 기도제목
1. 초대교회의 성도들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자원하여 관대하게 나눔으로 아무도 궁핍한 자가 없을 정도가 된 것은 그 가운데 작용했던 하나님의 큰 은혜로 설명되듯이 주빌리교회와 저희 가정에 중단 없이 보내주시는 동역자분들의 관대함은 오직 주님의 크신 은혜가 확실하기에 더욱 감사가 됩니다. 특히 이나연 사모의 유방암 가능성 소식으로 애태울 때 보내주신 수많은 격려와 사랑과 기도는 여러분들을 통해 저희에게 보내주신 주님의 특별한 사랑이었습니다. 지난 번 기도부탁 드린 떼미 형제의 체불된 퇴직금도 잘 해결되었습니다. 일이 아닌 사랑으로 매번 무료진료를 섬겨주시는 남서울평촌교회 의료팀을 통해 예배에 함께 하는 나그네가 있음은 복음은 총체적으로,말과 행동으로 증언되어야함을 저로 하여금 잊지 하게 해주셔서 감사가 됩니다! 영어-따갈로그 대조 성경 구입과 배송을 위해 특별 후원을 보내주신 풍성한 교회 주일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2.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기쁨을 찾기에는 죄가 주는 즐거움을 더 사랑하는 교우들이 저항할 수 없는 주님의 은혜로 돌이키도록. 리더들과의 새벽 나눔과 훈련을 통해 더 책임 있고 성숙한 사역자로 세워지도록. 교회 전체가 삶과 분리되지 않는 기도에 익숙해지고 기도로 숨 쉬는 교회가 되도록. 첫째 아이 겸비(중3)가 기약이 없어진 불완전한 수술로 위축되었는데 홀로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주님의 적실한 치유를 경험하도록. 유위(초4)를 위해서는 저희 가정이 학교와 치료센터 선생님들과 잘 소통이 되어 약의 의존도가 낮아지고 문제행동들이 줄어들고 자발적인 학습능력이 늘어나도록. 황호상 선교사 가정의 쉼과 재정비를 위해 돕는 손길들과 구체적인 길이 열리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1) 국민은행 678501-01-272048 황호상
* 기존 교회 후원계좌 1)외에 혹시 후원금에 대한 세금공제를 원하시면 희년선교회 법인계좌 2)로 송금 후 반드시 담당자에게 연락주셔서 필요한 개인정보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jubileekorea@hanmail.net 또는 02-858-7829). 그러면 내달 10일에 저희 기존 교회후원 계좌 1)로 송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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