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년공동체/희년네팔인교회(주선미 1995~)

마르다가 맞이한 부활 새벽 [2005년 3월]

희년선교회 2024. 7. 14. 14:31

 

마르다가 맞이한 부활 새벽



주선미 선교사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예배

네팔 공동체는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예배 모임과 작은 송구영신 기도회를 가지며 2004년을 마감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오실 때처럼 소박하게 지냈다. 사실상 네팔 공동체가 유일하게 이용하는 예배실에 대한 애정을 갖고 1-2주 전부터 성탄 장식을 하며 기다려온 성탄일 저녁에희년을 오랫동안 오지 못했지만 애정을 갖고 있던 비수 자매가 나타나 다른 자매들과 함께 네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써리따 사모가 연출하여 예수 탄생을 기뻐하는 목자들의 경배를 표현한 네팔식 성극과 람과 박따가 인도한 크리스마스 찬양, 뻐비뜨라 목사님의 설교로 진지한 예배를 드리고 고빨, 빔 이렇게 두 명이 주 영접하는 시간을 가진 후 한해를 돌아보며 간증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숙연함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우리는 즐거워하는 아이로 돌아가 선물 교환을 하고 재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송구영신 때는 쉼터에서 성경 퀴즈도 하고 예배를 드리고 나서 TV의 제야 종소리에 맞춰 케익도 자르고 박수도 치고 새해 소망을 담은 기도 제목과 기도회를 가졌다. 바로 이어서 믿는 사람들만 조용한 희년 선교회 예배실에 가서 찬양과 깊고 진지한 기도회의 시간을 가졌다.희년 네팔 공동체는 늘 새신자 혹은 안 믿는 사람들이 다수라 믿는 사람들이 돈독하게 신앙이 성장되거나 아직 안 믿는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힘이 준비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문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주님.......... 새해에는 우리 희년 네팔 공동체가 거룩하게 하옵시고 영적으로 새 힘을 얻어 일어서게 하옵소서. 간절히 간절히 비옵니다하고.


보즈 목사님, 예수님, 성서 체험전

그 소망의 결과로 우린 새 목사님을 네팔 공동체 전임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보즈 라즈 바따 목사님이신데 대전의 복음신학에서 박사 과정 중이시며 가르치고 권면하는데 신실하고 조용하지만 영적인 힘이 있으신 분이시다. 전에도 늘 우리와 함께 권면하며 좋은 교분을 가졌던 목사님이시다. 목사님은 새 출발을 아주 조용하게 하셨다. 예수님이 그렇게 오셨듯이. 그러나 사실 성경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이 결코 조용하게 오신 것은 아니다. 태초부터 오시기로 계획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시하시며 사람들의 마음 속에 메시야 대망을 품게 하셨고 오신 후에 수많은 사람들을 흔들어 놓은 그 주님이 오실 때는 잠시 태풍의 눈처럼 조용했을 뿐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성경을 통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어린이 대공원 내 성서 체험전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 참석해서 아주 감명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노아의 방주 안에 앉아서 흔들리는 체험도 하고 양 쪽에 서있는 물벽에서 튀기는 물방울을 맞으며 모세의 홍해 건너기 체험도 해보고 성소와 지성소, 법궤를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감명깊은 것은 예수 고난 후 부활을 상징하는 화안한 새벽 안개 속 신비한 하늘을 보았을 때였다. 아 역시 압권은 부활이 주는 감명이다.네팔 형제들의 가슴 속에도 이런 감동이 박혔을 것으로 안다. 이것을 기획하시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네팔 방문

필자는 이런 화안한 새벽 안개가 주는 것 같은 감동을 또 네팔을 방문하면서 가득 안고 돌아왔다. 소망 없는 어두운 무덤 같은 네팔 나라에서 화안한 부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5일부터 25일까지 네팔을 다녀 왔는데 주 목적은 네팔에서 보육원 사역을 시작한 얼준의 사역을 격려하기 위해서였고 여기서 돌아간 형제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통신이 두절되는 바람에 네팔에서는 별일 없었어도 한국에서는 많이 걱정하고 기도 요청하고 기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 기도에 이어서 네팔은 어두운 정국, 자유가 사라지는 이 정국을 위해 더욱 더 기도해 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네팔인 연합 예배

네팔에서 돌아온 다음날 주일 네팔 연합 예배가 군포 교회에서 열렸다. 주안, 희년, 온누리, 세신, 군포교회 네팔 공동체들의 아름다운 연합이었다. 다음 순서는 희년선교회 네팔 공동체에서 주최할 차례다. 5월 첫째 주로 예정된 다음번 연합 예배는 야외에서 전도 집회 형식으로 열기로 했다. 외국인들의 특성상 움츠러들 만한, 모이기를 두려워 할 만한 상황이 예상되지만 기도로 잘 준비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와서 은혜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설날 수련회

연합 예배 다음다음날은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우리는 1998년 이후에 가지 않았던 가평의 영화교회 수련관을 다시 찾아 그곳에서 필리핀팀과 함께 수련회를 가졌다. 수련회 주제는 에스겔서 36:26에 근거한 새영, 새마음이다. 주강사는 보즈 목사님이셨고 크리스나 전도사님도 함께 했다. 우리의 프로그램은 소개의 시간, 예배, 안수 기도회, Q.T., 질의 응답 시간, 강의, 조별 성경 드라마, 장기 자랑, 그리고 평가의 시간, 감사의 시간을 가졌고 올 때에는 눈썰매장에 들러서 신나게 놀고 오기도 했다. 첫날 저녁 필리핀 팀과 함께 장승필 목사님의 형이신 장영필 목사님으로부터 안수 기도회를 가질 때 우리팀으로서는 너무 생소한 것이라 놀라는 이도 많았지만 성령의 역사를 눈으로 보게 된 효과도 있고 다음날 부당하다고 질문하러 오는 무리들을 많이 접하면서 오히려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목사님께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논쟁하고 질문하는 그 진지함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팀과 함께 둘째날 점심 시간에 먹은 삼겹살 숯불구이도 맛있고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상추며 파채며 형식은 다 갖추었는데 상추는 별로 안 나가고 돼지 고기만 맛있게들 많이 먹었다. 불가에 쭈그리고 앉아 고기를 집어 먹는 맛은 안 먹고 열심히 구워주는 담당 조원이나 낼름 낼름 집어 먹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점심 식사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에 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성령에 대해, 안수에 대해, 천주교에 대해, 네팔의 힌두 문화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에 대해, 기독교인과 술에 대해 등등 많은 질문을 진지하게 묻고 들었다. 예배 후 조별 성경 드라마의 주제는 바울과 실라의 옥중 사건, 다윗과 골리앗, 마리아와 마르다, 놋뱀을 든 모세, 선한 사마리아인이었는데 정말 이 시간에 각자의 끼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 이어진 장기 자랑 시간도 모두 자유해진 가운데 새 영을 누린 사람으로서 충분히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부 51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참석하여 비교적 이탈율 없이 끝까지 은혜롭게 수련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수련회 주제에 맞게 우리는 새 마음, 새 영을 누린 것 같았다. 수련회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기쁜 마음으로감사드린다.


POST 수련회

수련회에서 오자 마자 두 형제 간에 다툼이 있었다. 둘 사이에 오래 누적된 것이 작은 문제로 폭발한 것 같았다. 그것은 은혜를 누리고 왔을 때 사탄이 영락없이 공격한 것이고 준비 안된 사람은 걸리게 마련이다. 일주일 후에 둘을 불러 놓고 주님의 말씀으로 화해하게 하고 회개하게 하였다. 그것은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하고 나면 정말 자유해지는 좋은 훈련이다. 이제는 자유롭고 새로워진 영혼으로 키워 가도록 박차를 가할 때다.
그 다음날 주일부터 보즈 목사님은 이렇게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예배 전에 세례자 이상의 사람들만 따로 모이게 해 그리스도인의 자세와 헌신에 대해 말씀으로 가르치고 나누고 싶은 말을 나누게 하며 기도제목을 내어 놓고 기도하게 하였다. 9명이 모여 조촐하게 그 시간을 갖기에 한글 교실로 쓰는 그 방은 딱 알맞게 은혜를 느끼게 해 주는, 뭔가 치유함을 받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 되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공동체는 치유함을 받지 못했던가. 이런 모임의 시간을 갖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은 치유된 것 같았다. 처음엔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을 때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목이 멘 느낌이었다. 동시에 전날 저녁 이메일에서 발견한 한통의 편지가 내 머리를 스쳐 갔다. ‘누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교회에 출석 안 하면 오라고 하면서 막상 교회에 오면 아무 관심도 안 가져 준다고........’ 이 형제야말로 나에게 어렵게 직언을 한 사람이다. 딱 맞는 말이다. 또 토요일날 싸움 끝에 화해한 그 형제의 눈빛에서 받은 것은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는 눈빛이었다. 수련회를 하고 성서 체험전에 데려가고 병원 가고 출입국관리 사무소 가고 온갖 곳을 돌아 다니며 수고하고 애쓰지만 그들은 모두 나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영혼을 사랑하며 한사람 한사람을 터치하는 예수님처럼 그런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의 이런 깨달음은 곧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의 이 가슴 아픈 깨달음이 반드시 그렇게 이어지고 공동체에 회복이 돌아오길 소망한다. 일 중심적인 바쁜 발걸음의 마르다가 되어 결국 허망하게 홀로 서 있는 나에게 이제는 네팔 공동체와 함께 부활의 새벽 안개를 맞이하고 치유되는 때가 온 것을 직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