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송우리의 여름
송우리의 여름은 4월부터 시작 되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후덕지근한 바람은 그 전 3월 말부터 불기 시작했었고 4월의 한 낮은 이미 초여름을 연상할 만큼 뜨거운 날들이 연일 계속 되었다. 날씨도 기상 이변이 있듯이 구속의 역사도 인간이 보기엔 이변이 있는 것 같다. 세속의 역사도 하나님의 역사 선상에 놓인 것을 볼 때 순응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는 것이 급선무임에 틀림없지만 그러기 까지는 갈등과 수용의 인본주의적인 시간이 개입되는 것을 보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올라가지 않은 수증기가 비 되어 내리는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주의 백성에게는 뜻 없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이 뜻은 단순한 객관식으로 풀 수 있는 세상사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올라간 수증기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데 왜 올 여름이 일찍부터 찾아오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답을 낸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일도 그렇다. 교회는 분명 영적기관이다. 영적기관의 변화를 세속 기관의 변화나 대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올바른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구멍 난 곳을 메꾸고 겉을 두껍게 둘러 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송우리의 여름은 몇 년 만에 찾아오는 그런 여름이었다. 이 여름은 그전부터 만들어진 여름이다. 다만 올해 만났을 뿐이다. 사역의 키를 겨우 잡고 이리저리 저어볼려는 싯점에 풍랑을 만났다. 그 바람의 표면상 이름은 경제적인 압박이었다(임대료 3배인상). 그러나 더 힘들었던 것은 그 바람 속에 숨어 있는 핵이었다. 핵에 맞닿은 정신적 지점은 북미를 강타하는 토네이도처럼 심심찮게 2개월 내내 붙잡아 흔들어 돌렸다. 송우리 지역을 비켜서면 되는데 비오는 날에 박힌 말뚝처럼 비켜서지도 뽑히지도 않았다. 이제 바람도 자고 빙글거리는 현상도 잦아들었다. 왜 돌았는지도 조금은 알 듯하다. 사무실이 철거되고 방글라 스토아를 왜 토네이도가 하늘로 날려 보냈는지도 어렴풋이 내다보인다. 아픈 상처는 이곳을 드나드는 모두가 느낀다. 외국인든 사역자 가정이든, 이곳을 아는 누구든....
그러나 좁은 장소에서 몸을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비좁음의 정을 느낀다. 아무런 불편없이 서비스를 받던 자들은 그동안 공간의 감사함을 불러 오게된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하던 자들이 가까이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은 하나됨의 교회론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영적체험 현장이 되게 된 것이다. 나아가 이 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누구도 귀 잇는 자들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잘되어 이사 가도 섭섭하여 전에 살던 집을 뒤돌아보게 되는데 형편이 안 되어 평수를 줄여서 이사 가는 심정을 누군들 모르랴!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하나 둘 정리되고 현재 건물에 대한 유지대책은 세워졌으나 그 뒷모습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매월 마지막 주와 둘째 주 이미용 봉사하는데 천막 하나 없이 햇볕 내리쬐고 바람 부는 마당에서 머리카락 뒤집어쓰며 봉사하는 분들이나 근로자들을, 지켜보기엔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렇게 일찍 찾아온 여름 덕분에 7-8월 무더위가 제아무리 극성부린다 해도 걱정이 안 된다. 그리고 바람 지나간 자리에 화분도 놓고 아버님 생신 차 충청도 시골에서 공수해 온 봉숭아를 여기저기 옮겨 심었다.
그 봉숭아가 오늘 아침 “마당한번 넓어서 시원하네요, 지난 주일엔 시골에선 못 보던 많은 사람들이 눈길 주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러는 것만 같았다. 청년시절에 어느 목사님이 “문제 발생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문득 생각나 다시한번 지난 시간들을 되새겨 본다.
기도제목
1. 좁은 공간이지만 3공동체가 지혜롭게 활용하여 사역에 지장이 없게 하소서
2. 사택 강제이행금 처리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3. 인상된 임대료에 대해서 후원교회의 분담이 어려움이 해결되게 하소서
4. 이주 노동자 사역의 특성상 복음의 긴박성과 구령의 열정이 처음처럼 유지되게 하소서
5. 후원, 봉사, 협력하는 교회, 기관, 개인들의 교회와 가정과 사업장에 주의 은혜가 충만하게 하소서
6.러시아 공동체의 말씀 사역자를 위하여(율라)
장미의 증언
시인/목사정승진
욥의 장막처럼
텅 빈 마당
바람도 멈춰 서는데
시온의 백합인 냥
한그루
덩쿨 장미, 옛 일 놓칠세라
기억 뿜어내기
무덥구나
아직
지워지지 않은 형상들
문 열면
다가서
줄지은
화분 행렬
조화 같은
아픔인 걸
그 누가 알랴!
덩실히 들어설
오가는 바램
누구엔들 없으랴마는......
살아있는주의 역사
믿을진데
세울 때도
헐 때도
하늘 보좌 빛나리라!
(사무실, 교육관, 방글라 스토아가 철거된 빈 마당에서
2006. 6. 6 현충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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