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년공동체/희년네팔인교회(주선미 1995~)

마중 나가는 사람이 됩시다. [2003년 9-10월]

희년선교회 2024. 7. 13. 21:52

[2003 9-10]

마중 나가는 사람이 됩시다.

주선미 선교사


네팔 공동체는 지난 추석에 온누리 교회에서 네팔 공동체 연합으로 120명 가량 모인 가운데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주 강사는 네팔에서 오신 몽골만 목사님이셨고 보즈라즈, 마노즈, 수리야 반다리 목사님이 또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원래 추석명절에는 다른 곳에서도 행사가 많아서 희년 네팔 공동체 형제들이 잘 모일까 우려가 됐었는데 모임에 참석한 형제들은 은혜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말씀 중 술, 담배, 도박 등의 생활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한 것도 좋았고 사랑이야말로 주께 꼭 돌아오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도 큰 감동을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또 연합 네팔 공동체의 활동을 아주 자립적으로 성숙하게 하는 것을 보고 흐뭇하게 느껴졌습니다. 안내, 음식 준비, 등록, 음악 준비, 찬양팀, 숙소 준비, 또 음향 담당까지 모든 맡은 일을 일사불란하게 하면서도 예배 시간에 집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수련회의 특징은 사람들이 비교적 이중으로 마음을 뺏기지 않고 한 곳에서 말씀의 깊은 맛을 누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월말 부터 9월 초까지 2주간은 인터써브 선교회 지역 전문세미나(네팔)에서 대구, 광주, 부산, 서울을 순회하며 네팔의 풍습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데 얼준, 크리스나, , 박따,알비, 구룽, 안수, 꺼멀라, 박양숙 자매와 함께하여 맛있는 음식, 간증, , 의상, 노래, 말배우기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고 네팔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가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음식에 대한 반응이 좋아 처음에 조심스럽게 먹어보던 사람이 더 가져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강의하신 선교사님 중에서 네팔의 역사와 선교 역사에 대해서 네팔인보다 더 정확히 뜨거운 사랑으로 전하신 손건영 선교사님과 네팔의 복음화가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 양승봉 선교사님의 강의가 함께 참석한 네팔 사람들도 감동을 받을 만큼 좋았습니다.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라고도 하는데 그에 걸맞게 우리 희년 식구들도 여러 문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랜드에서 초청하여 관람하게 된 국립극장 뮤지컬‘the King’은 사울 왕에 이은 다윗왕의 생애를 보여주는 아주 극적인 뮤지컬이었고 다윗은 물론이고 압살롬이나 왕 앞에서 춤추는 무희에 이르기까지 열연을 하여 희년에서 참석한 네팔인, 필리핀인, 쿠르드인들이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기 나라에서도 그런 것을 하면 좋겠다는 열망을 갖게도 했습니다. 또 국립국악원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국악 연주와 춤, 노래를 보여줬는데 특히 강강수월래와 농악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 과천 한마당 놀이 중한 프로그램인 타이타닉도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독일에서 제작한 것으로 영화 타이타닉이 연상되는 주요 장면들을 재치 있게 꾸며 연기하는 코믹물인데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야외 공연장과 과천 특유의 아름다운 밤, 산 냄새, 숲의 향기와 함께 좋은 추억을 갖게 했습니다. 112일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외국인근로자 체육대회에 네팔 공동체가 참석하기로 하여 이 가을은 이래저래 풍성한 문화의 잔치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102~4일까지 열린 의료선교대회에 우리 희년 의료공제회도 참석하여 홍보부스도 운영하고 무료진료 의사도 외국인 노동자 분과에서 강의하셨는데 얼준도 참여하여 간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네팔 형제들이 찬양도 하였습니다. 얼준은 간증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교통사고가 예수님을 믿게 된 계기가 되었고 11차의 수술을 거치는 동안의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과 희년을 깊이 사랑하였다는 속내를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평소에는 안 그런 척 꾸러기 같기만 하더니 그가 흘리는 눈물 속에 진실이 묻어 있었던 것입니다.

 

고용허가제 신고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분주합니다. 그들이 받게 되는 E-9 비자를 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을 해야 되는데 그러기 전에 먼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사업체를 찾아야 하고 그 전에 여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권은 어떤사람은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만기가 다 되어 연장을 해야 되는데 다른 나라는 다 있는데 재한 대사관이 네팔만 없어서 일본에 있는 네팔 대사관에서 우편을 통하여 2주에 걸쳐 여권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사람은 자기 손에 여권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산업연수업체로부터 이탈한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이탈하면 여권을 대사관이 있는 나라는 대사관에 보내지만 대사관이 없는 네팔은 그들이 제일 만나기 두려워하는 인력송출업체에 보내게 됩니다. 거기서는 무조건 여권이 없다고 하면 끝입니다. 그래서 다시 재일 네팔 대사관에 신청하여 여권을 만들고 나면 이번에는 산업연수업체가 이탈 신고를 하지않아 고용허가제 비자 신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비자 받을 자격은 되지만 그를 받아줄 사업체를 만나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느라고 핼쑥해진 얼굴로 이리 저리 쏘다니는 어린 청년들 중 수만 다칼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는 네팔에서 하도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밖에서 놀다 돌아오면 임금님이 오셨냐고 장난으로 절을 하시던 아버지의 존귀함 받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찾느라 돌아다니는 힘든 모습의 청년입니다. 또 희년 쉼터에와 있는 릴라 자매는 특히 여자에게 일자리가 더욱 없어서 계속 쉼터에 머물면서 주님을 영접했습니다. 자기의 답답한 현실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날 밤 주님을 만나고 마음의 평안을 찾고 그동안 말씀과 찬양으로 키워온 주님에 대한 갈망을 토대로 오늘 주님을 영접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들도 곧 일자리를 얻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우여곡절 끝에 비자를 받은 사람들은 E-9이 찍힌 외국인 등록증을 들고 기뻐하지만 3년이 지난 사람은 돌아갈지 말아야 할지 혹은 그것을 해 줄 사업체가 특별히 없어서 갈등이 되고 있고 4년이 넘은 사람들은 포기한 심정으로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4년이 넘어 돌아가야 하지만 돌아가게 될 나라 그들의 본향에는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산 테러리스트들이 외국에서 돈을 벌고 온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들리는 말로는 한국에서 온 사람은 2만 달러, 일본에서 온 사람은 3만 달러를 요구하고 안 주면 불행한 일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지금도 인터넷 네팔 방송이나 CNN을 통해 매일 몇 십 명씩 살해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런 고통 가운데서도 네팔의 복음화는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됩니다. 과거 한국의 고통과 기독인들의 기도와 시련들이 떠올려집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 하듯이 하나님은 대체 어디에 계시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은 네팔의 상황에서도 그곳의 기독인들은 평안을 누리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니 하나님은 정말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이곳의 형제가 잘 준비되어 가면 더욱 더 네팔에 소망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9월에 돌아간 알비 형제도 그곳에서 신앙생활 잘하며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승리하길 바랍니다.

네팔의 추석 같은 명절인 더써이가 지난주에 지났습니다. 비수자매가 그걸 기념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같이 먹고 예배드리고 돌아오는 길은 그가 사는 집과 어울려 아주 쓸쓸했습니다. 때마침 나뭇잎은 물들어 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노래했던 집이 없는 사람의 가을처럼 우린 뭔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불안하고 텅 빈 마음으로 거리를 헤매는 형국을 하고 있습니다. 비자가 없어 불안하고, 평안이 없는 나라에 가자니 불안한 네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돌아갈 영원한 나라와 집이 없는 인생들 모두가 뼈저리게 느낄 아주 쓸쓸한 가을에 우리는 그들을 만나고 마중 나가고 영접해야 할 것입니다. 아 저기 얼준 형제가저를 마중 나왔네요. 이 원고를 쓰느라 밤늦게 있다 혼자 쉼터로 돌아갈 저를 위해서 말이예요.
지난번에 주일날 무거운 음식을 들고 쉼터에 돌아가며 짐 좀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하려는 순간 이미 마중 나와 있는 형제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했는데 오늘도 또 왔네요. 쓸쓸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항상 마중 나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예수님이 그랬듯이, 월드컵 때 보여준 민족적 화합이 그랬듯이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으로 우울해진 민족 가운데, 또 외국에서 쓸쓸한 거리를 헤매는 이에게 누군가 마중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소생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중 나가는 사람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