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이것이 궁금해요
주선미 선교사
저는 참 이것이 궁금해요. 15년 사역의 원동력 말이죠. 15년 동안 잘한 것이 없고 현재도 그렇건만 진짜 끈질기게 붙어 있다는 자평 가운데 하루하루를 연명할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건가 하는 것이 말예요. 정말 궁금해요.
D형제는 전에 가리봉 쉼터에 있을 때부터 왔던 약간 터프한 친구였고 말씀 들을 때 비상한 눈빛으로 흡수하고 질문하면 정확히 답변했던 친구입니다. 그러나 그 터프함이 그를 평온하게 두지 못했는지 한참 동안 사라진 후 최근 1년 전 부터 다시 나타났다가 또 안 나오곤 했지요. 물론 어디선가 열심히 일은 했지만요. 그 친구가 최근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그 문제가 해결된 뒤 이제는 회사근무만 아니면 꼭 주일날 오겠다고 스스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가 잠시 자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주님께 구해달라는 것과 주의 구원을 확신하는 고백이 있었습니다.
또 K형제는 몹시 체중이 많이 나가는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병이 생겨 걱정이 되니 이제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형제도 아주 오래 전에 잘 나오다가 그만 나오게 된지도 오래 된 친구입니다. 당뇨와 신장 결석이 치유되고 멀어졌던 마음과 신앙도 회복되기 원합니다.
또 지난번 네팔에 돌아갔던 B형제가 구릿빛 얼굴로 다시 귀국하여 즐거운 상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쉼터를 찾아와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즐거운 눈빛을 보니 전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박사 논문 쓰고 계신 보즈 목사님도 오랜만에 다시 볼 기회가 됐습니다. 구식 양옥을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어째 적적한 모습이 여운이 남네요. 그냥 뭐랄까 세월이 스치고 간 막역하고도 막연한 느낌을 함께 밥을 먹으며 되새기는 시간 이었죠.
B형제는 경력과 변화가 화려한 우리의 옛 멤버입니다. 그는 정치가이며 그 지역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회사업도 하던 사람으로 청년 시절 예수를 믿으며 영어를 잘 해 선교사를 돕기도 하고 번역 일을 많이 하며 전도의 열정이 넘쳐 감옥에 들어가게도 됐고 감옥에서도 전도를 유별나게 하니 감옥에서조차 내보냄을 받은 그런 열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정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인물, 베드로란 이름으로 열심히 살다가 사회 사업하면서 망하고 빚을 지고 좀 삶이 흐트러지기도 하면서 한국에 오게 된 장로입니다. 그가 한국에 와서 새로운 모습으로 산다고 데이빗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희년 네팔 공동체에서 겸손과 수다라는 양면적인 모습으로 네팔 공동체의 일원으로 섬기고 재한기독연합예배의 회장까지도 하며 공동체가 뜨거워질 즈음 회장으로서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도 연합추석 수련회 날 증발을 하면서 그의 방랑벽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회사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월급을 안 준 것도 있고 또 방황이 시작되면서 집에는 오랫동안 송금도 안하고 희년네팔예배 레이더망에서 사라지고 나서 한참 후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비록 점과 흠이 있었지만 가리봉 쉼터에서 그가 없는 돈을 털어 커피사서 대접하며 기회 있는 대로 전도하고 사람들을 격려했던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얼마 후 그는 먼 창원에서 일을 하게 되어 또 사라지고 말았지요. 창원은 당연히 멀고 우리 예배를 참석하러 올만한 거리도 아니지만 굳이 사라졌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그가 또 레이더망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이번에 우리 앞에 또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이름을 본명인 부다로 불러달라며 오랫동안 기도하고 회개하고 새롭게 된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요. 네팔에서 졌던 빚도 정리하고 땅도 샀으니 이제는 전에 부터 소망하던 주의 사역의 길을 가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도해 왔는데 하나씩 길이 열리는 것 같다고 감사해 했습니다. 그래서 신학교에 갈 준비와 비자 문제,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음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지닌 채 과도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를 보는 시각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것입니다. 말하지 않고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진행해서 그렇게 보이는 점이 있고 Q.T. 라는 것을 알 리 없는 네팔 친구들이 근처 와우공원으로 가서 사라졌다가 오곤 하는 것이 이상스럽게도 보였던 모양입니다. 와우공원을 좇아가서 이 사람이 거짓말 하나 안 하나 감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늘 웃는 그 것조차도 가식적인 웃음이라고 분을 발하기도 합니다. 그의 생존방식이 특이하긴 합니다. 말하자면 대중적이지 않은 거죠. 혼자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아주 엄청나게 준비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의 어수룩한 행동과 소탈한 모습에 속아 그를 일단 깔아뭉개고있는 거죠. 그의 모든 것이 좋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그의 외모와 소문을 듣고 무조건 폄하하는 것을 저는 이상하게 여기며 바라봅니다. 이빨 빠진 성악가 폴 포트를 보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놀라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죠. 외모에서 오는 편견과 착시현상입니다. 단지 이제부터 부다는 과거의 옛 모습의 꼬리표를 떼고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진실함은 회복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렇게 조심스러워 하며 돌아온 사람들이 또 더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또 실족하고 마음 아파하며 떠나간 이들도 있습니다. G형제는 지난 번 오랜 기다림 끝에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디스크 탈출증 수술을 한국에서 못하고 집에 가는 결정을 하면서 세월이 주는 원망을 잔뜩 안고 돌아갔죠. 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죄인입니다. 원망의 이름으로 또 돌보지 않은 자의 이름으로요. 그러나 이걸 보십시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에서 성실한 형보다는 돌아온 탕자를 더 감명 깊게 보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와 같은 죄인인데 돌아옴이 주는 극치감이 감동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15년 사역의 결과 텅 빈 둥지에서 수치감을 자주 느끼곤 하지만 이 돌아올 사람들을 위해 아무래도 이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저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돌아온 탕자의 모습으로 변화되면 즉, “주디디는 절대로 변화 안 되는 사람이야. 우리가 알아서 행동해야 돼. 갈 길 찾아 떠나든지 적당히 견디든지”라는 자기네들끼리의 쑥덕거림을 불식시킬 수 있는 놀라운 귀환이 진정 내게서 일어난다면 이들이 그 소문을 듣고 놀라서 찾아와 나를 안아주고 예쁜 옷과 반지를, 그리고 예쁜 신을 선물해 주고 맛있는 음식으로 잔치를 베풀며 회복의 춤을 덩실덩실 출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전혀 극적이지 않은 탕자의 형처럼 이곳을 지키고 무미건조하게 살았지만 동시에 내면은 돌아온 탕자가 되어 심박도 쿵쿵거리며 달리는 흥분의 릴레이 첫 주자로서 다음으로 달리기 시작할 탕자 릴레이 선수들의 손을 기분 좋게 쳐주는 이가 돼보고 싶습니다. 희년의 노예해방, 채무변제 그리고 그 다음에 반드시 따라 오는 토지의 반환을 눈물로 차지하고 누리고 춤을 추고 싶습니다. 저와 희년 네팔 형제들, 우리 모두는 흠이 있는 이러한 사람들인데 우리가 너무 좋은 것은 우리에게 희년의 소망이 있다는 거죠.
아 이제 알았어요. 제가 15년 사역을 끌고 온 원동력은 바로 희년의 소망입니다.
아 참 한 가지 소식! 레크미 전도사의 예쁜 아내가 드디어 한국에 왔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신혼생활을 하고 있구요. 저와 함께 매일 새벽기도와 주간 미팅을 통해 사역자로서의 결속력을 든든히 하고 있습니다. 기도와 인내로 함께 희년을 이뤄나갈 것 입니다.
기도제목
1. 네팔 공동체가 예배와 교회를 사모하며 모이기를 힘쓸 수 있는 예배 공동체가 되도록
2. 한국과 네팔의 그리스도인이 처음 오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베푸는 그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눈이 띄어지도록/모임 가운데 위로함을 얻으며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3. 환자를 위하여
고팔.....네팔에 귀국했는데 디스크 수술을 잘 받고 영,육,혼이 치유되고 하나님을 믿도록
어눕....손가락 핀제거술 후 광명성애병원에서 퇴원했는데 어깨까지의 통증이 사라지도록
쌍카....왼쪽 눈안쪽 근육염증으로 눈이 돌출됐고 고혈압도 있는데 잘 치유되도록
메헤르만......당뇨가 조절되지 않고 합병증이 심해 집으로 돌아가는데 잘 치유되도록
디네스....용접 후 눈과 손이 부었는데 잘 치유되도록
케섭 바타라이.....당뇨조절을 계속 잘 하고 더욱 확신있는 신앙생활 하도록
람 빠턱......위종양 의심되는데 잘 검사하고 치료되도록
4. 네팔로 돌아간 이들이 신앙생활 잘 할 수 있도록
5. 사역자를 위해
주선미......어머니의 치매치유와 돌보는 가족을 위해/가족간에 사랑과 신앙이 회복되도록/성령충만하여 네팔공동체 사역을 잘 감당하도록
레크미 전도사......성령충만하여 네팔공동체를 잘 이끌 수 있도록/신학공부와 사모님의 한국어 공부 및 훈련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재정이 채워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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