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드라마 같은 추석 첫날 행사!
출발한지 30분이 지나 의정부 교도소 지나니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창밖을 보니 왠지 착잡한 마음에 원망스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대체 근무하면서 모처럼 맞는 휴가를 날씨가 이렇게 도와주지 못할까. 마음이 언짢았지만 내색할 수도 없어서 음악이나 듣자며 준비한 러시아 음악을 켜니 마침 신나는 알수의 노래가 나왔다.
한참 들으면서도 모두의 심정은 행여 이리 내리다 그치겠지 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그러나 비는 그치기는커녕 더 줄기차게 내리면서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별내 인터체인지 근방에서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서울랜드는 계속 걷고 놀이기구를 타야하는데 이 날씨로는 어려우니 내가 알아서 인도하겠다. 통보 식으로 전하고목적지를 임진각으로 변경했다.
비는 계속 내렸다.
길은 멀고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중간에서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그대로 진행 했다.(임진각 사정을 대략 알고 있는 터니까) 그칠 줄 모르는 비를 헤치며 11시30분 경에 임진각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차에서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비는 억수같이 계속 내렸다. 우산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은 우산 구입할 정도로 오후 일정은 실망 그 자체였다. 임진각 망루에서 뿌연 강 건너를 구경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며 흐린 날씨지만 그래 다녀온 표를 남기기 위해서 기념 사진촬영만큼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말대로 북조선행 기차가 지나가는 철길 옆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모습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나들이가 되었지만 잠시나마 평안함과 풍요로움과 어릴적 기억을 선사하듯 지나는 기차를 보고환호했다.
망루에서 내려와 준비한 간식을 나눈 후 (일산은혜교회에서 보내주신 송편으로) 한 두명 씩 흩어져 가랑비가 내리는데도 아쉬움에서인지 우산을 받쳐 들고 이곳저곳 들러보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점차로 비는 가랑비로 변하고 한 두명씩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비가 개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니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며 사진촬영 하는 모습이 언제 비가 왔느냐는 또 다른 관광지만의 풍광이었다.
우리 친구들도 본격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철마 옆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하고 분수대며 진열한 전차, 대포등을 구경하였다. 옆 평화의 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의 날씨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화창하게 개었다. 하늘은 햇살이 눈부실만큼 맑게 개였다. 비온 뒤의 더욱 가깝게 보이는 북녘 땅의 선명한 산천이 오히려 나들이의 특별한 선물처럼 선사해주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수 백개의 바람개비, 인간 조형물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그간의 모든 꾸린 기분이 한꺼번에 모조리 사라졌다. 한 친구가 멀리 놀이기구 바이킹을 시험 가동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 랜드를 가지 못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듯 모두는 들떠있었고 이내 마음은 그곳으로 가버렸다. 바이킹 타는데 3500원이라는데 티켓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탄다는 것이었다. 성인들인데도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뭔 일인가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이정도 놀이기구는 어느 나라에도 다 있을 것인데....
한참 동안이나 이것저것 타고 웃고 즐기는 동안 배가 고파졌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우리에 가서 식사하자는 사람들인데 식사하러 가자니 두말 않고 주변의 식당을 둘러보았다. 소고기 복음밥 식사를 마치고 귀가 길에 올랐다. 그런데 자유로에 오르자마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송우리 오는 동안 계속 내렸다, 아침에 올때와 같이 송우리 도착하니 기다렸다는듯이 비가 그쳐줬다. 몇 명은 송우리 내려서 개인 일을 보고 나머지는 회사까지 귀가시킨 다음 일정을 마쳤다.
모두는 만족하면서 하는 말 .....서울랜드 간 것보다 더 좋았었다고..... 부모님, 조상들로부터 들었던 북조선 땅도 보고 놀이기구도 타고 평화의 공원에서 쉼과 여유도 가져보고...... 변화무쌍한 날씨의 짧은 하루의 나들이였지만 모두는 만족한 모습이었다. 올 때의 날씨와 판단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야의 불기둥, 구름 기둥의 기적 같은 추석 첫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한 하루였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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