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럼/이만열 (초대 대표, 1993.6~2020.2)

희년선교회가 나아갈 방향 (이만열 )

희년선교회 2021. 9. 19. 23:09

1. 희년선교회의 이념

 

희년 (禧年 Year of Jubilee)은 안식년이 일곱번 지난 그 다음 해에 맞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쁨의 해'이다. 희년에 대해서는 구약 레위기 25장과 27장에 잘 나타나 있다. 레위기 25 10절은 희년 정신을 이렇게 규정하였다.

 

너희는 50년이 시작되는 이 해를 거룩한 해로하고 전국의 모든 거민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누릴 해이다. 이 해는 너희가 유산, 곧 분배받은 땅으로 돌아가는 해이며, 저마다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해이다.

 

희년은 자유의 해로서 종을 놓아주며, 그 동안 가난 등으로 팔았거나 전당 잡았던 토지를 돌려받는 해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해를 맞아 그들이 원래 유산받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종에서 놓임을 받아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약 누가복음에는 예수님께서 구약 이사야서를 빌어 이같이 희년 정신을 다시 천명 하셨다. 말하자면 희년 정신의 재해석이었다.

 

주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된 사람들에게 자유를, 눈먼 사람들에게 다시 보게 함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주고,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4:18-19).

 

예수님의 해석에 의하면, 희년은 이제 '50'에 한번만 오는 그러한 은혜의 해가 아니라 예 수님 자신이 희년의 선포자요, 체현자(體現者)이다. 때문에 예수님의 성육신은 곧 새로운 희 년을 선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억눌린 자에게 해방을 약속하셨다. 그런 맥 락에서 우리는 희년의 선포자요 실천자이며 희년 자체이신 예수님을 선포하는 것이 곧 희년을 선포하는 것임을 믿는다. '희년선교회'의 이념은 바로 예수님이 새롭게 해석하시고 선포, 실천하신 그 '희년'에 근거하고 있다.

 

 

2. 희년 선교회의 설립

 

희년선교회는 취지문에서 그 목적을세계복음주의 협의회 (WEF)'74 로잔 언약 및 89 마닐라 선언'에 나타난 신앙고백과 대도시 선교(URBAN MISSION) 개념에 입각한 총체적 선교 전략을 실천함으로써 공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복음화함"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복음주의 교회의 입장을 충분히 견지하면서 대도시 선교의 한 부분인 공단(工團) 선교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 희년선교회다. 그 동안 복음주의 교회로 알려진 한국의 소위 보수주의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의 내세성(來世性)’과 '개인 구원'을 강조하고 거기에 집착한 나머지, 하나님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의 삶의 의미와 사회 구조에 대해 선교적 관심을 거의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기독교 신앙은 내세적 천국을 위한 것이며 구원이란 개인의 영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으로만 이해 하였다. 이러한 신앙은 우리가 매일 당면하고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 희년적인 복음을 차단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는 공단 지역에서 '가난함과 포로 됨, 눈 멀게 됨과 억눌림'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경제적 착취와 비인간화의 현상을 가장 심도 깊게 노출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 교회들은 이러한 공단 지역에 대해 예수님의 희년 정신을 선포 할 뜻을 갖지 못했고 그것을 제대로 실현할 의지는 더구나 엿볼 수 없었다. 희년선교회는 복음주의권이 갖는 이러한 한계 인식과 문제의식 위에서 그 설립이 추진되었다. 희년선교회의 모체는 구로 공단에서 근로자들을 위해 출발한 구로희년교회(이문식 목사 시무) 이다. 구로희년교회는 공단이 갖는 지역적 특수성을 의식하면서, 이웃들을 위해 문화 선교 사업으로 '문화 공간 희년'을 설립(1991. 3)하고 총체적인 선교를 위해 '희년선교회'를 창립(1991. 11) 했다. 이어서 그 지역 주민을 위한 빈민 탁아방을 개설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예배 모임을 시작 함과 동시에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위한 상담 활동을 시작하였고 올해(1993. 1) 들어서는 인하대 CMF 주관으로 의료 진료를 시작하였다. 최근에 이르러 이문식 목사가 남북 나눔 운동으로 옮김에 따라 희년선교회만 그 기능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의 후원이 없이 개인 후원만으로 이를 유지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그렇다고 모처럼 복음주의 권에서 시작한 공단 선교를 포기한다는 것은 더구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산업 현장의 3D 현상은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야기시켰고 산업화의 과정에서 가장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계층이 외국인이라는 선진국에서의 결론은 공단 선교의 필요성을 더욱 심도 깊게 만드는 계기를 만 들었다. 남서울(중동)교회와 서울영동교회, 잠실중앙교회가 공단 선교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희년선교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이사회와 후원회를 조직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3. 희년선교회의 활동 방향

 

희년선교회는 '희년'의 이념에 따라 지금까지의 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새로운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활동과 계획의 초점은 어떻게 희년이념이 표방하는 공동체를 이루어가는가 하는 점이라 하겠다. 희년 공동체는 앞으로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그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첫째, 이 지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들의 신앙적 성장에 힘쓸 것이다. 현재 계속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예배와 성경 공부를 더욱 활성화하고 그들의 영적 성장을 도울 것이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 내 거주와 취업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현재 필리핀인들 중심의 예배를 영어를 사용하는 여러 외국인들의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울러 공단 지역의 특수성에 비추어 오후에는 한국인 근로자와 이웃 주민들이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도 생각하고 있다.

 

둘째, 이웃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서관과 휴식, 문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 점은 이미 이사회 총회에서 결정해 주셨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곧 착수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이곳 주민들에게 쉼터가 될 것이고 기독교와의 접촉점이 될 것이며 때로는 상담 장소가 될 것이다.

 

세째, 빈민들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 활동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적당한 입지를 선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영아들을 돌볼 두 분 선생님이 활동하겠지만 더 많은 자원 봉사자가 필요함을 부언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희년선교회 단독으로 혹은 연합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느덧 한국도 중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여 과거 우리가 일제의 멸시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외국인을 소외시키고 있다.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자리잡고 있는 삶터의 주변에서 '강도 만난 자들'과도 같은 이들 사마리아인들의 이웃이되어 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은 그리스도 안에서 '희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희년선교회의 이러한 이상은 우리 하나님의 긍휼과 도움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는 기도의 협조다.

 

 

 

199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