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 우리 이주노동자들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지 못해요. 왜냐하면 한국에 입국할 때 고액의 수수료 때문에 많은 빚을 졌는데, 아직 다 갚지 못했어요. 지금 강제출국당하면 우리는 죽습니다. 어떻게 하면 체류연장해서 돈 벌어 빚 갚고 가족 먹여 살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저희들은 매일 매일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제발 새 대통령님께 우리들의 사정을 잘 말씀해서 오래오래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저희 이주 노동자들을 모두 강제 출국시키면 누가 한국 공장을 지키나요? (자마르, 남성, 35세, 불법체류자)
지난주 신문에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이르면 2월말 이전에 도입한다고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3월말 강제출국 할 처지에 놓여있는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14만900명 과 약 28만명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정식 체류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인수위원회는 2월 2일 “불법체류자 외국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6월 국회 통과, 내년 1월 시행으로 계획했던 고용허가제를 빠르면 2월 임시국회 직후, 늦어도 3월말 강제출국 이전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김영대 인수위원은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고 외국인 노동자 15만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외국인 노동자 관련법안에 불법체류자 처리 문제를 넣어 처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만약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고용허가제라는 새 법으로 적용될 때 전국에 이주노동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동물몰이식의 단속과 강제출국으로 몸 사리고 숨죽이고 살아 왔는가? 하루 10-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수없이 발생하는 산업재해, 장기체류를 감행하게 하는 고액의 입국 수수료 및 송출수수료, 사업주들에 의한 여권압류, 폭행, 성폭행, 짐승몰이식 단속과 강제출국, 문화차이를 둘러싼 갈등, 가난한 국가에서 왔다는 점으로 감당해야 하는 한국인들의 편견, 멸시, 의료보험등 모든 사회보장제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기에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불법체류자라는 사회적 신분에서 오는 불안함…… 이들의 인권 침해와 고통의 실상이다.
이들의 인권침해와 고통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는 것에 비례해 소수의 노동자 자신들의 저항과 이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인권단체들의 외치는 한국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져, 어느 측면에 있어서는 초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현장을 목격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이 논의되곤 한다.
한국사회는 이주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사이에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제 돌이켜지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든지 아니든지, 객관적인 흐름은 한국사회가 여러민족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늦어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진입해 가고 있는 다민족 상호공존사회로의 안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외국인력정책의 발단은 산업연수제이다.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제 실시로 시작된 외국인산업연수생제는 1994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을 도입 창구로 하여 수만명씩 대규모로 외국인력을 도입하게 되면서 편법적인 외국인력 도입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산업연수생의 문제점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외국인력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노동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합법체류자임에도 불법체류자보다 오히려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하고있다. 임금, 근로시간, 산업재해, 인권보호, 거기에 고액의 송출수수료를 갚기에는 너무 짧은 2-3년의 노동기간동안 불법체류자들보다 열악한 상황 때문에 중기협 산업연수생들의 20% 이상이, 해외투자기업연수생 55.5%가 해마다 사업장을 무단이탈하여 스스로 불법체류자 신분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외국인력 수요로 인해 불법체류자는 해마다 늘어나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78.9%가 불법체류자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불법이 합법을 압도하는 현상을 갖고 있다. ( 외국인 이주 노동자인권을위한 모임, 2003. 1.2월 참조)
이주 노동자들은 하루 10-12시간의 장시간 노동, 다발하는 산업재해, 월 70-80여만원의 임금을 받고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지역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소한 두세번씩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안전장치, 안전장비도 없는 작업환경에서 수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재대로 건강진단 한번 받아보지 못해 작은 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권위원회에서 이주 노동자 2,067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주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은 불법체류신고 협박을 받은 적이 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2일 드러났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가운데 27.6%는 불법체류 사실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위협을 가한 주체로는 고용주(70.2%)와 직장상사 (25.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협박에 대해 직장을 옮기거나(40.7%), 개인적으로 항의(22.5%) 뇌물제공(16.4%)으로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12,2%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이 가운데 5%는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세계일보 2월3일자 )
이러한 인권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주 노동자 36여만명은 잘못된 제도로 인해 노동자가 아니거나 불법노동자로 대우받는 신세이다. 정상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에 이들은 한국의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일부 조항 적용대상이거나 혹은 실질적인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들의 신분적 불안정성은 이들이 작업현장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아도 한국의 법과 제도에 권리구제를 요청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제도적 약점을 많이 아는 사업주는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한국 노동법이 적용되어 노동법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상당부분 해소 혹은 경감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노동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산업연수제를 철폐하고, 고용허가제를 실시해서, 불법체류자들을 양성화하여야 한다. 이것이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한국사회가 해야할 첫 번째 과제이며 문제를 풀어야 할 해법이다.
새 정부의 최근 고용허가제 실시에 관한 일련의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인 조치이므로 이런 발표에 고려한 이주 노동자를 위한 사역에 있어 희년선교회는 앞으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이제 이주 노동자 선교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자. 어쩌면 이전보다 더 더욱 지원단체나 교회의 역할이 바쁘게 대처 해야하며 지혜롭게 행동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주 노동자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어 보겠다는 생각에 한국을 찾지만 귀국해서 보다나은 가정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 앞으로 이주 노동자의 문제는 단순히 국내의 문제만 아니라 국내입국, 국내체류, 귀환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영역에로의 총체적인 접근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부 소수 인권단체만이 아니라 노동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교회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이주 노동자 인권과 선교를 위해 지역교회가 참여하여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이루어 나아가도록 하는 기구를 (이주 노동자 모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교회들이 함께 협력선교를 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자체적인 지역구를 형성하여 자구책을 마련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대하여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가족문제로서 인식하고 복음전도의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이주 노동자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교육적, 복음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전문화된 선교단체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난 2002년 12월 10일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 보호를 위한 U.N 협약안에 최종 20개국의 비준함에 따라 이 협약안이 국제법으로서 자리를 잡아 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법률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의료보험, 자녀교육,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등의 문제를 주요 문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귀환한 이주 노동자들에게 문화적, 경제적으로 재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학교운영으로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할 필요가 있다.
희년선교회는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을 좀더 폭넓게 이해하고 또한 복음에 대한 깊은 긴장을 갖고 변화되어 가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희년선교회가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해 교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한국교회 성도들이 경험하기 어려웠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일상의 삶에서 접할 수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교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이주 노동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타국인이 너희 땅에 우거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더니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레위기 19:33-34 )
(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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