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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회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선교 (강명규)

희년선교회 2024. 10. 2. 21:33

 

 

 

 

 

선교 사례 연구

희년선교회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선교


강명규 (희년선교회 대표간사)

 

 

I. 희년 선교회 창립 취지

희년선교회는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의 대도시 선교 개념에 입각한 총체적 선교 전략을 실천함으로써 공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교함을 목적으로 1991년에 설립되었다. 복음주의 교회들과 선교단체들의 협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단 지역 선교를 위한 사역 내용을 분류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1989년부터 국내에 유입되어 온 제3세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선교 사역이다. 이는 전문 선교단체들(GMF, OM, INTERSERVE MISSION, HOPE 등)과 협력하여 중국인 교포 사역, 모슬렘권 사역, 필리핀인 사역, 기타 외국인 노동자 선교 사역으로 구분하여 정기 예배 및 상담, 방문 활동을 하고 있다. 둘째로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인해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돕는 의료 사역이다. 무료 진료소를 한 달에 두 번 여는데, 기독인 의사들이 10 여 명씩 참여하여 돕고 있다. 셋째로는 맞벌이 월세방 부부들의 자녀를 맡아서 돌보아 주는 지역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 분의 교사와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데, 엄마들의 요청에 비해 공간이 좁아 아직도 방치된 아기들을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넷째로는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책을 보고 쉴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단 지역 선교를 위한 이러한 사회적 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단 지역 사람들을 어떻게 섬기며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특히 외국인 불법체류 근로자 문제는 심각한 인권 문제까지 야기시키며 한국 사회와 교회에 큰 경각심을 던져 주고 있는 분야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을 일본에서 추방하라."

일본의 한 우익 단체인 국가사회주의동맹의 이름으로 살포된 이 포스터는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약 30-50만, 한국인 3만명포 함)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시사저널」 1993. 4. 183호). 일본이 미국과 같이 다민족 사회로 변화되어 가는 현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동 기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도 1989년부터 노동계의 거센 반발 에도 불구하고 10만이 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아무 대책 없이 받아들 였다. 이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더이상 일본이나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Ⅱ. 외국 인력 수입 동기는 인력난

우리나라의 경제는 기형적 이중 구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학력자는 '실업난'에 허덕이고, 중소 제조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원인을 1989년 정부의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산업구조 조정에서 오는 과도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중소 제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여 의도적으로 도산을 조장하였고, 대기업은 과학과 기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 실태 조사 보고서" 에 따르면 현재 중소 제조업계의 부족 인원이 무려 35만 6,000명이라는 것이다. 산업별 노동력 부족 현황을 보면 제조업이 전체 부족 수의 78.7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력 부족은 더욱 심각하며 앞으로도 더욱 가중될 추세이다(「한국일보」 1994. 1. 9).

외국 인력을 수입하게 된 과정을 보면 이러하다. 1989년 10월 석탄협 회가 최초로 동력자원부에 해외 인력 수입을 건의한 데에서 시작하여, 1991년 2월 국무회의에서 노동부 장관이 "노사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외국인 노동자 수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외국 인력 수입이 국내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국내 노동자들 의 근로 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노동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991년 9월 국무회의시 산업 현장의 인력 문제를 감안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통제를 완화하기로 하였다. 1992년 4월, 정부는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생산 현장에 취업하고 있는 것은 우리 노동력의 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수출산업공단을 조성하자고까지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값싼 노동력 수입'이라는 한국 중소 제조업 기 업주의 요구가 정부의 묵인 아래 받아들여져 생긴 현상인 것이다.

 


Ⅲ. 외국 인력 수입의 문제

한국의 인력 수입 정책에 대한 정보는 순식간에 가난한 나라들로 흡수 되어 들어갔다. 국가간의 경제 불균등 현상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하는 약삭빠른 중간 브로커들은 이를 대거 광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를 과장하여 이야기하고, 한국에서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장담하 였다.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외국인 남녀 실업자에게 이 정보는 귀가 번쩍 뜨이는 복음이었다.

이들이 국내에 고용되기까지 드는 비용은 소개비, 비행기 티켓, 여권, 비자 비용, 기타 비용을 포함하여 대략 4,350달러(약 348만 원)가 든다. 이들은 빚을 져가면서, 이처럼 엄청난 돈을 브로커에게 주면서도 입국을 한다. 입국하자마자 이들은 3년 간의 취업 비자(working visa)가 아닌 3 개월 간 체류할 수 있는 관광 비자로 속아서 들어온 것임을 알게 된다. 어찌하든 들어온 이상, 이미 든 돈도 있으니 돈을 벌어야 한다. 이들은 깜쪽같이 한국의 노동 시장으로 숨어 버린다. 그래서 아직도 한국에 몇 명이나 체류, 취업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다만, 1992년 6월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 신고 기간'을 두어 신고하게 하였는데, 이 기간에 신고한 불법체류자 수는 6만 1,121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 교포가 2만 2,03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필리핀으로 1만 8,993명, 방글라데시인 8,950명, 네팔인 5,036명, 기타 외국인이 6,100여 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도 3만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상공부는 3D 분야의 10개 업종에 합법적인 기술 연수 형식으로 들어온 외국인 수를 6,812명이라고 조사 발표했다. 1994년까지 이 인원 을 2-3만으로 늘릴 예정이다(「한국일보」 1993, 11). 이들의 총생산 기여 액은 월 267억 원이며, 외국인 1인당 생산 기여액이 월 393만 원이라고 밝히면서 고용안정 부담금(대만), 외국인 고용세(싱가포르)를 부과해서 우리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조선일보」 1993. 5. 17). 10만이 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자본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없는 현실은 수많은 인권 문제를 속출하게 된다.

 


IV. 외국인 노동자의 실상

막상 한국 공장에 들어선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꿈과는 다른 현실에 직면한다. 그들의 지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범법자로, 심지어는 일하는 노예로 취급받기까지 한다. 취업 비자를 딸 수 없게 되어 있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제9조)은 이들의 신분을 범법자로 낙인 찍을 수밖에 없다. 언어, 음식, 문화, 관습이 다른 이국에서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불안한 생활을 하여야만 한다.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빚더미에 눌려 버리는 악몽으로 치닫게 된다. 기를 쓰고 일을 하지만 기다리는 일이란 한국 노동자들조차 거부하는 '3D' 분야 의 일, 즉 더럽고 (dirty), 어렵고 (difficult), 위험한 (dangerous) 일뿐이다. 58퍼센트 이상이 대졸자인 이들도 우리의 노동 문화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들은 주로 피복, 섬유, 주물, 도급업, 건설업 등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작업 시설과 안전 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단순 반복 노동, 유해한 환경 등 으로 인해 근육, 호흡기 질환 등에 시달린다. 1993년 한 해 동안 이 땅에서 죽은 외국인 노동자만도 1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사 저널」 1993. 12). 무엇보다도 불법체류라는 것을 미끼로 노동자들을 이용 해 먹는 고용주들의 비도덕성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불법체류자(공법) 가 결코 범죄자(사법)가 아닌데도 말이다.

당장 이들에게 닥치는 어려움은 임금 문제이다. 이들은 국내 노동자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약 32만 원)을 받고 있으며, 그 임금도 받지 못해 몇 달씩 체불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제로 잔업과 야근을 시키면서 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권을 고용주가 가지고 있기 때 문에 직장을 옮길 수도 없고, 마음대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회사가 부도가 나 곤경에 처하는 경우에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송금을 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하여 폭력 집단에게 현금을 갈취당하는 경우도 있다. 강간 문제, 구타 문제, 질병 문제, 숙식 문제 등 이들의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는 전무하다. 이들은 산재를 당하여도 치료나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질병이 있어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중에 병원에 갈 시간이 거의 없다. 병원에 가도 치료비가 비싸고, 약국에 가도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V. 정책적인 문제

이들의 인권 문제는 전노협이나 노총 같은 노동 운동 단체조차도 방조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 수입이 장기적으로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노동 운동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공법(출입국관리법)보다 사법(노동법, 민 법) 우선의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들이 당면한 임금 체불 문제, 강제 근로와 구타 문제, 산재 문제, 성폭행 문제 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상 정부가 이들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이들에게 지불 해야 할 엄청난 사회적 부담금이 발생할 뿐 아니라, 돈을 벌려고 입국하 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막아낼 도리가 없어진다.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불법체류자로 묶어 놓았다가 경기가 풀리거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 쫓아 내고, 지금처럼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을 시에는 입국을 묵인한다. 핑계거리는 있다.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서 단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 설득력 있게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국가 경제 논리를 내세워 비 인간적인 대우를 묵인하며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일본의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인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뚜렷한 정책 없이 표류하며 해당 부서끼리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던 정부는 6월 말(1993)로 출국 예정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3 개월간 체류를 연장시켜 주기로 결정했다. 자진 신고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1993년 9월과 10월에 각각 20퍼센트, 11월과 12월에 각각 30퍼센트씩 4단계로 나눠 모두 출국시키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도 6월 3일 에 있었다(「한겨레신문」 1993. 6. 4). 그런데 다시 11월에 상공부와 중소 기업중앙회의 건의로 1994년 6월까지 연장 조치를 취했다. 또한 산업연 구원은 외국인 노동자 취업에 대해서 전면적인 수입이나 금지는 지양하 고, 제한적인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취업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서울신문」 1993. 6. 7). 표류하는 정책적 모순을 볼 수 있다.

 


VI. 선교적 과제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심어 주게 되며, 이들이 귀국한 뒤 제3세계 선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그러므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들의 영혼과 마음을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기독인 의사들을 통한 육신의 치유, 인권 상담, 구제 사업 등 총체적인 접촉 사역이 필요하다. 교단 차원을 넘어서 한국교회와 전문 선교단체와 공단 지역 선교센타와 3중 구조를 이루는 협력 선교의 과제가 우리 앞에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선교의 한 대상으로 규정하여 복음을 미끼로 삼아 접촉해서는 안 된다.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각 사람마다 구조적인, 법률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은 이들이 운집한 곳이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단 지역은 숱한 투쟁의 바람이 휘몰았던, 많은 문제가 산재된 곳이다. 내국인 노동 문제만으로도 심각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진 것이다. 늪의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교회가 섣불리 늪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을 구원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정부의 정책과 공단 지역 연구 및 노동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자칫하면 함께 말려들기 십상이다.

그래서 선교라는 미명하에 유행처럼 대책 없이 이들에게 다가갔을 때의 부작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독일, 일본,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은 국제간 노동력 이동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미 20여 년 전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시작되었다. 장기적 인 안목으로 연구하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VII. 결론

"불법체류 외국인을 한국에서 추방하라."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상 뒤에는 짓밟히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있다.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 체류자의 한맺힌 탄식이 숨겨져 있다. 이같은 현상이 바로 이 땅의 공단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증가 추세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 문제는 물론이고 국제적 분쟁과 마찰까지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 시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 일하는 동안만이라도 저임금에 장시간 강제 노동을 금하도록 이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야 한다. 산재 문제를 포함하여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과 신분에 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어두운 이미지만 간직하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희년선교회의 몸부림이 좋은 모델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