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4)
해체되는 가정 - 이주노동자와 성(性)
이헌용
지난 6월 포천에서 열린 외국인 노동자 관련 포럼에서 산업인력공단의 고위공직자의 발표가 있은 후 토론자의 질문이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정이 많이 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대안이 있는지 질의했다. 그러나 긴장한 탓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질문을 회피하려는지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외국인력 정책에 “노동력”은 있지만 “인간”에 대한 배려가 늘 부족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그 중에 한 가지는 성(性) 문제다. 각자 알아서 해야지 이런 것까지 어떻게 다 신경쓰며 한 나라의 외국인력정책을 세울 수 있는가 라고 반박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험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금의 인력정책은 입국 후 3년간 일할 수 있으며 본인과 사업주가 원하면 2년 더 연장 가능하다. 즉 최고 5년간 본국에 가지 않고도 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오랜 기간 남아서 일 할 수 있으니 좋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타국의 고된 노동 속에 5년간이나 홀로 외롭게 살아야 하는 “한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젊다. 혈기왕성한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거나 젊은 기혼자들이다. 미혼인 이 젊은이들은 외로운 타국 땅에서 자신의 젊음을 어떻게 발산할까? 사실 이들에게 문화생활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독이라 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두 번, 가끔 주어지는 휴식의 일요일엔 잠자고 술 마시는 것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이성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이들의 문화생활 전부라 할 수 있다. 또한 주변의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기혼자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부인을 본국에 두고 왔거나 남편을 두고 온 기혼자의 많은 가정이 무너져 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나라와 민족, 종교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지만 긴 세월 부부가 떨어져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가정들이 무참히 깨어져 나가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져며 온다.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정을 축복하여 주셨다. 간음하지 말라고 명하셨다. 이주노동자의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리고 방관만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이 깨어지게 만드는 사회적 제도적 요인들을 분석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간소한 절차로 가족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이주노동자가 6개월 마다 또는 최소한 일년 일차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본국휴가를 사업주의 배려와 더불어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하기 바란다. 아울러 교회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처한 상황이 어렵지만 힘을 다하여 자신과 가정을 지켜 나가도록 영적 격려하기를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200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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