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21)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헌용
이야기 하나,
"남쪽에서 건너온 불쌍한 흑인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건네주어서는 안 된다는 법률이 통과될 거라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런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기독교적인 상원이라면 그런 법률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3)
"메리, 갑자기 정치가가 된 거요?"
"아뇨, 난 정치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하지만 이 법률은 노골적으로 잔인하고 비기독교적이에요. 이런 법률이 통과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켄터키 쪽에서 건너온 노예들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는 법률이 통과되었소. 무모한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온갖 분란을 일으켜서 켄터키 쪽 사람들이 크게 흥분하고 있어요. 그들의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지 기독교나 친절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라오."
"그럼 법률이라는 건 뭐예요? 불쌍한 사람들을 하룻밤 재워주고,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헌 옷가지를 주어서 그들이 제 갈 길을 조용히 가게 해주는 것, 이런 걸 금지하는 게 법률인가요?"
"그런데 여보, 그렇게 도와주면 범죄자를 방조하는 게 된다니까."
이야기 둘,
"손님, 이런 얘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아주 여러 해 전에 나는 교회에 다녔습니다. 우리 고장의 목사들은 성경 구절을 들이대며 이 끔찍한 제도를 옹호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읊어대는 그리스어 구절과 히브리어 구절에 대적할 수가 없었지요. 나는 성경과 목사 모두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회에 다니지 않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도 그들에게 조금도 딸리지 않으면서도 노예제도에 철저하게 반대하는 목사를 만났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목사를 만나서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셋,
위의 두 이야기는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한 부분입니다. 이 소설은 도망노예송환법(Fugitive Slave Acts)이 제정되었을 때 중서부, 뉴잉글랜드와 남부에서의 노예제도 논쟁을 분석하여 제도폐지 여론 형성에 불을 지폈고 남북 전쟁을 이끈 남부와 북부 사이의 의견 대립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톰 아저씨의 비어 있는 오두막은 우리를 2천년 전, 어느 빈 무덤으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이 빈 무덤을 본 사람들은 이 시대의 톰 아저씨를 찾아 다시 그 발걸음을 떼게 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갑니다. 마치 톰 아저씨가 어릴쩍 그 빈 무덤을 보고난 후처럼.
"나이가 사십이 되매 그 형제 이스라엘 자손을 돌볼 생각이 나더니" (행 7:23)
- 톰 아저씨의 오두막 (Uncle Tom's cabin) 해리엇 비처 스토우 작. 1852.
- 헤리엇 비처 스토우 (Harriet Beecher Stowe 1811~1896) : 스토우 부인이라고도 불리며 미국의 노예 해방론자이자 사실주의 작가. 미국 코네티컷주 리치필드의 유명한 장로교 목사이자 노예찬성론자인 리만 비처 목사의 11 자녀 중 7째 딸로 태어남.
- 도망노예송환법(Fugitive Slave Acts) : 미국 역사에서, 어떤 주에서 다른 주나 연방의 준주(準州)로 도망간 노예를 체포하여 원래의 주로 돌려주도록 규정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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