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를 애도하며
2024. 8. 19
이헌용
화성으로 가는 길은 마음이 늘 착잡했다. 큰 화재로 인해 23명의 자녀와 가족을 잃은 어머니 아버지들을 만나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게다가 23명 중 18명은 외국 국적의 이방인들이다. 자녀를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무슨 공감대로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201호 문을 선뜻 열지 못하고 멈추어 기도하게된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엄중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유가족들은 타국에서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슬픔뿐만이 아니라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 그리고 책임자 처벌 등 대한민국 법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말할 수 없는 아픔에 '아리셀' 공장 사업주는 유가족들을 대면하여 진정성 있게 사죄하지 않고있고 오히려 국내 최고라하는 대형 로펌을 앞세워 유가족과 개별합의를 시도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오늘에 이르기 까지 몇차례 대화를 가졌던 유가족 공동대표 김태윤 씨는 저의 무거운 마음을 아시는 듯 따뜻이 맞이해 주시며 모여있는 유가족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셨다. 오늘 방문 한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자 오히려 유가족 모두가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신다. 이렇게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찾아오고 시간을 내어 대화해주니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진정어린 감사의 박수를, 이방인인 자신들이 당한 아픔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성금을 보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전해드린다. 그리고 과부의 두 렙돈 같은 이 성금을 축복해 주시어 우리를 위해 친히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께서 이번 화재로 가족을 잃은 모든 유가족들을 만나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도 소중히 여겨지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빈다.
***
구윤, 서정교, 심은희, 이명희, 이스라, 이정아, 정기환, 지은숙, 샬롬교회,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님이 보내주신 성금 9,801,000 원을 유가족들께 전달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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