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럼 67

우리는 혁명 중이에요

(2024. 4)우리는 혁명 중이에요 이헌용  모두 평안하신지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한국이 이뤄낸 경제적 발전을 부러워 하는데 다른 이유로 한국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입니다.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선진국에 진입하여서만이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들 중 제대로 민주화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장서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이들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혁명 중이에요” 미얀마 청년들에게 요즘 미얀마 내전 상황 어떤지 물으면,  '내전 아니에요 혁명이에요!' 하며 정색합니다. 아웅산 수지 여사의 지도력으로 부분적이나마 이룬 민주화를 경험한 미얀마의 MZ 세대는, 2021년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가장 먼저 극렬히 저항하였습니..

컬 럼/이헌용 2024.04.20

지옥 같은 거짓사랑을 벗어나 실체의 사랑으로 (2024. 3월)

“지옥 같은 거짓사랑을 벗어나 실체의 사랑으로”  C.S. 루이스는 “천국을 제외하고 사랑의 모든 위험과 동요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할 수 있는 장소는 지옥뿐이다.”라고 말했다. 진짜 사랑을 하면서 상처받지 않을 길이 있나? 사랑하면서 어떻게 불편함을 피할 수 있나? 대가없는 사랑? 그것은 ‘지옥 같이 안전한 거짓사랑’일 것이다. 사랑하는 방식을 그다지 자연스럽게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사랑을 해보려니 어색하다. 그런데 교우들을 사랑하라고 부름 받은 교회의 목회자이고, 아내와 자녀를 사랑해야하는 남편이자 아빠인 내가 그 부자연스러운 사랑을 하려니 어떨 때는 당황스럽다. 사랑은 어렵고 진흙탕 그 자체다. 사역자로 부름 받았기에 죄가 아닌 이상 교우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다. 내..

컬 럼/황호상 2024.04.10

미얀마 최근 정세와 과제

(2024.3)미얀마 최근 정세와 과제이헌용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가 전체의 83.2%에 달하는 의석을 석권하며 승리한 2020년 11월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과, 그럼에도 문민정부가 그걸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1년 2월 1일 쿠테타를 일으켰다.     초기 시민불복종운동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 집권에 굴복하지 않고 평화적 저항운동을 시작하여 그 규모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군부는 시민불복종운동을 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강경 진압과 불법 체포를 실행했고, 무차별 실탄 발포를 하여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도심지는 총소리가 메아리쳤고 총기발포로 연기가 뒤덮인 거리에서 구조대원들은 잔인하게 구타당했다. 아름다웠던 미얀마는 킬링필드로 변해갔다. 평화로운 시위자들은 머리와 가..

컬 럼/이헌용 2024.03.22

돼지 공장

(2024.1)돼지 공장 이헌용  앳되보이는 미얀마인 젊은 노동자 두명을 상담했다. 두명 다 최근까지 돼지농장에서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한다. 그 중 한명은 익산의 한 포도농장에 배치되어 한국에서의 첫 노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농장에서 일하는 남자는 자기 혼자이고 다른 사람은 다 여성.  매일 땅 파는 일은 남자인 자기혼자 도맡아야 했다 한다. 너무 힘들어 못버티고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이 후 김제의 한 돼지농장에 자리를 얻어 1년 7개월간 일했다. 심한 악취 속에서 버티며 일하던 중 코피가 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고는 그만두었다. 그 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새 일자리를 추천받았지만 모두 돼지농장이었다.  할 수없이 돼지 농장에 또 취업했다. 2달 정도 일하자 목에 염증이 생겼다. 열까지 나 밥도..

컬 럼/이헌용 2024.01.26

다가올 큰 변화 앞에서

(2024. 1. 1)다가올 큰 변화 앞에서이헌용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의 심각한 과제 앞에 정부는 해결책 중 하나로 국내에서 일할 외국인 노동자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조선소에는 규정까지 바꿔가며 긴급히 인력을 보강하였고 곧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시범 도입할 뿐 아니라 호텔과 콘도 등 관광업종에 까지 외국인 고용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16개국에 한정된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에 타지키스탄을 금년에 추가하여 총 17개국이 된다 합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점점 더 많은 영역에 다양한 형태로 외국인이 들어와 함께 거주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정부의 응급 정책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도 보이는데 앞으로 가능하면 한가지씩 살펴 보고자 합니다. ..

컬 럼/이헌용 2024.01.01

슬픈 베들레헴

(2023. 12)슬픈 베들레헴이헌용   예수가 태어난 곳을 기념하여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에 있습니다. 극심한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도 성탄절을 축하하러 방문하는 지역 주민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텅 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합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파괴와 살상에 모두가 치를 떨며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성탄절, 예수님이 오신 이후 2천년이 지나갔지만 평화의 소식은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오늘, 평화의 아기로 오심을 기념하여 모인 우리는 전쟁 중에 있는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미얀마를 바라보며 속히 평화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오직 평화는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피신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방랑하고 있..

컬 럼/이헌용 2023.12.25

작고 조용한 삶으로의 야망 (2023년 가을)

2023년 가을 묵상 황호상 작고 조용한 삶으로의 야망  세상은 ‘크기’로 우리의 가치를 정의하려고 하지만, 결국 크기로 행복과 성공을 정의하는 세상과 우리 자신도 우주 전체와 역사 전체에 비하면 너무나 작다는 것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를 촬영하여 실제로 입증했다. 그의 유명한 글 “창백한 푸른 점”(우주에서 내려다 본 지구가 한 개의 점이라는 의미)에서 그는 말한다. “저 점(지구)을 다시 보세요. 여기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집이에요. 그게 우리에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 당신이 들어본 모든 사람, 존재했던 모든 인간이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데올로기, 경제 교리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모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민..

컬 럼/황호상 2023.11.18

미얀마 노동자 후아이아 (2) 장례

미얀마 노동자  후아이아  장례이헌용 후아이아 가족은 옛적부터 미얀마와 인도 국경에 걸쳐 있는 미조람 주 지역에 터전을 잡고 살아오던 미조(Mizo) 족이다.  서구 열강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으로 인해 미조족은 미얀마와 인도로 국적이 갈라지게 되었다. 후아이아의 가족은 애초 미얀마에 살았으나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니와 후아이아는 미얀마에,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은 인도 미조람주로 이주하여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이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후아이아는 한국에 일하러 와다.  장례를 위해 후아이아의 가족을 한국에 초청해야 하는데 어머니와 형제들은 인도 국적이라 가족관계 증명이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본 법인 국제민간교류협회의 가족 초청장과 인도 미조람 주에서 발행한 가족사실확인서를 주인도 한국 대사관..

컬 럼/이헌용 2023.10.10

미얀마 노동자 후아이아 (3) 아들을 찾아서

(2023.10) 미얀마 노동자  후아이아  (3) 아들을 찾아서이헌용 한국에서 미얀마 노동자 후아이아의 장례를 치루고 유골함을 가지고 돌아갔던 누나가 소식을 전해 왔다. 현지에서도 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참석하여 장례식을 잘 치뤘지만 여지껏 아들의 죽음을 여전히 슬퍼하며 우울증에 빠져있는 어머니가 염려된다 한다.  한국에 모시고 가서 아들이 일했던 곳과 살았던 방 등 아들의 흔적을 보게하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여 한번 더 초청해 줄 것을 부탁해왔다. 이렇게 하여 후아이아의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이모가 입국하였다. 그의 흔적,  좋아하였던 한국의 여러 장소도 돌아보며 한국 음식도 맛보았다. 다른 분은 몰라도 어머니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그렇지, 어머니가 어떻게 자기 아들을 잊을수 잊을까?  이젠 아들..

컬 럼/이헌용 2023.10.09

주님의 통제 안으로 들어가는 자기통제의 상실 (2023년 여름)

2023년 여름 묵상  주님의 통제 안으로 들어가는 자기통제의 상실 다른 누구보다 사역자인 나 자신이 절실하고, 깨어진 마음은 좀처럼 아물지 않아 줄줄 새고 있는 구멍들을 메울 수 없어, 그저 말씀과 기도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채 그 흐르는 물에 적셔져 있고 싶을 뿐이었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기에 기도했다. 그렇게 새벽에 홀로 기도하며 교우들과의 아침묵상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달라진 것이 있나? 달라진 게 있다면 이상하게도 불편한(?) 문제들이 불쑥 혹은 계속 찾아오고 있는 거다. 적어도 내가 떠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더라도 문제들에 함몰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 당연지사이고, 대부분 원하는 것은 물 위에 배가 뜨는 것이지, 배 안에 물이 차오르는 것이 아니다. ..

컬 럼/황호상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