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6]
나들이를 다녀와서
장승필 목사
6월이 시작되는 첫 주일,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남이섬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가리봉을 출발해 마석으로 잠시 들러 친구들을 싣고 경춘가도로 지나 목적지 남이섬에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외출이라 우리 친구들에게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매일야근(14시간)을 해야 하고, 주일날에도 잔업을 강요받고 사는 것이 우리 친구들의 현실입니다. 삶이 지치고 피곤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외출은 즐거움 그 이상이었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1년에 두 차례씩은 정기적으로 야유회를 준비해 외출을 합니다. 특별히 이번 나들이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동체에 못 나오는 친구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주일 날씨가 좋은 탓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남이섬을 찾아와 인파의 물결이었고 특히 많은외국인들이 방문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남이섬 도착을 위해 뱃길을 이용하여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넜습니다.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강줄기를 따라 통통배를 타고 갔던 수로 길은 나름대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남이섬은 사방이 수목으로 둘러 싸여 산림욕을 즐기기에 참 좋은 경관입니다. 산수와 강물이 있어 사람들이 부담없이 하루를 보내기 적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물 파도를 일으키며 보트와 수상스키를 타며 초여름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분주한 주말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한가한 곳으로 이동을 해서 남이섬 맨 끝 자락에다 자리를 잡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루이 전도사님, 영감 넘치는 찬양, 임마누엘 형제의 성경읽기 그리고 말씀으로 주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난 후 우리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음식을 풀어 점심식사를 맛있게 나누었습니다. 지난밤에 친구들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교회에 모였습니다. 이번 야유회에서도 예년과 같이 각 공동체별로 음식 준비해서 섬기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정성과 기쁨으로 참여했고 시간이 없어 음식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은 회비로 대신 동참했습니다. 각 그룹별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은 말 그대로 필리핀 퓨전스타일의 음식이었습니다. 모든 재료는 국산이었고 음식 모양은 필리핀식이었습니다. 각 그룹들은 나름대로 실력을 발휘해 맛있고 다양한 음식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음식은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 필리핀 국수였습니다. 이 필리핀 국수는 잔치 때나 생일을 맞이하면 항상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항상 잔치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친구들에 매우 익숙해진 종합 비타민 김치와 더불어 아주 풍성한 식탁이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에게 행사 준비를 책임지게 한 동기는 모든 친구들이 함께 참여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시켜 자력으로 준비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격려의 장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빈들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2000년 전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민중들과 함께 “오병이어의 기적의 만찬”을 즐기는 장면을 또한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의 광야 만찬은 영육간의 굶주렸던 민중들에게 만족함을 제공하셨습니다. 주님은 기적을 통해서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십자가의 고난을 염두에 두시고 하신 말씀입니다. 또한 광야 만찬 사건은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 인류를 위한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류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는 이미 구약에서 예언했던 하나님 나라 완성의 사건에 대한 말씀으로 이어지면서 부활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예수님의 광야 만찬을 통해 장차 우리들에게 재정하실 성찬의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이러한 기적을 행하셨던 예수님의 광야 만찬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상황 속에 동일하게 그 의미가 되살아 삶의 현장에서 매일 매일 재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일용할 양식들이 바로 주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는 거룩한 행위인 것입니다.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면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 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 (요 6:53-56)
빈들에서 풍성한 식탁교제를 나누고 우리 모두는 신나는 보물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이 놀이를 좀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하기 위해 보물을 찾는 친구들에게는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은 보물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열심히 주변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과 같았습니다. 어느 순간이 지나자 보물을 발견했다고 소리치며 웃고 떠들며 좋아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보물을 2-3개씩 찾았다고 즐거운 미소와 함께 함성을 지르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어떤 친구는 한 개도 못 찾았다고 끙끙거리며 나무 밑, 혹은 벤치 옆을 기웃거리며 찾는 모습도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공평함과 나눔의 정신을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보물을 1개 이상 찾은 친구들은 한개도 못 찾은 친구에게 자기가 찾은 보물을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들 사이에 잠시 불평과 이상하다는 얼굴 표정들을 비췄지만 잠시 후 그 의미를 깨닫고 서로 나누기로 동의를 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과 물질들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고, 강한사람은 힘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간단한 보물찾기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를 위해 견인 역할을 감당하고 각자 책임성 있는 삶을 살아갈 때 이 땅은 빛과 소금으로 광명을 찾고 맛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은 잠시 일상의 시름을 내려놓고 주님께서 예비하신 동산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름다운 동산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하며 주변의 경관과 산림욕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열심 후에 오는 맛있는 휴식이 있기에 주님과 함께 내일을 걸어갈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아내와 함께 솔밭을 산책하면서 주일오후를 즐겼습니다.
기도제목
가리봉공동체
1. 저희 공동체에서 망고농장 건립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망고 한 그루씩 필리핀에다 잘 심을 수 있도록 기도 해주 세요(목표 : 100그루)
2. 루이 전도사님의 관절염 통증이 심해 잘 걸을 수 없습니다. 학업과 치료를 위해
3. 젠슨 형제가 현재 일산백병원에 입원가료 중입니다. 7개월째 병원에 가료 중인데 하루속히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뇌졸중 환자)
4. 매주 토요일, 주일 오후 성경공부가 잘 진행되고 친구들의 삶에 적용이 되도록
5. 믿음이 연약한 형제 자매들을 위한 기도 (알빈, 살리, 플로라, 지미. 마이클, 준, 로지, 길란)
마석공동체 기도제목
1. 제시형제가 6월 22일에 경기도 광주에서 일하다가 이민국직원에게 붙잡혔습니다. 현재 화성출입국관리소에 보호하고 있습니다. 임금해결과 조속한 시일에 필리핀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2. 한달에 한번씩 무료진료소 운영이 활발하게 운영되어 마석 지역에 사는 필리핀 형제들에게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3. 금요일, 주일 오후 성경공부에 많은 친구들이 참여해 신앙이 자라도록
4. 믿음이 연약한 형제 자매들을 위한 기도(필릭스, 알빈, 미리암, 존존, 로르나, 마니, 레오, 리나, )
공동체 소식
1. 5월 14일 희년공제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건강검진이 있었습니다
2. 6월 4일 남이섬으로 야유회(45명) 다녀왔습니다. 신우교회에서 차량지원(30). 김순철(5) 감사합니다.
3. 6월 25일(오후 5시) 제이형제와 크리스티나 자매가 결혼식을 거행합니다.
4. 지난 5월부터 1차로 각 공동체 멤버들 중심으로 망고농장 건립을 위한 모금이 시작되었습니다. (1그루 10만원, 목표: 100그루)
5.6월 후원해 주신 교회 및 개인:
남서울 평촌교회(20), 신광교회(5), 새과천교회(10), 일산은혜교회(20), 남서울 산본교회(10),산성교회(5), 새희망교회(7), 할렐루야교회 새가정부(15), 신우교회(40), 밤비니 교육센터 분당(5), 나들목 사랑의교회 영등포교회(15). 사랑의교회412(5),분당소망교회(10). 동성교회(5), 큰터교회(10). 안산푸른교회(5), 배순영(10), 김한남(20), 허신김현경(132), 최병희(2)
후원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마석 친구들을 만나면서
노경화
9월이면 제가 마석 공동체에 온지 딱 1년이 됩니다. 생각해 보니 9월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달입니다. 제가 9월에 태어났고 처음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만난 것도 11년 전 9월이었으니까요. 9월이면 하나님께서는 생일 선물로 '좋은 만남'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작년 9월 11일 마석에서 처음 드렸던 예배가 아직 눈에 선합니다. 마지막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차들로 경춘 도로는 막판 몸살을 앓고 있었죠. 그 때문에 약속보다 1시간 늦으신 목사님 차를 타고 춘천 가는 길을 살짝 벗어나 가구 공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네요.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남이라 설레고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공장 옥상 위에 허름한 초록색 천막이 교회건물의 전부였습니다. 찬양 인도자는 땀을 흘리며 기타를 치고 있었고 20명 남짓한 필리핀 사람들이 기타 반주에 맞춰 찬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장용 팬이 후덥한 공기를 내뿜으며 천막 안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죠. 낡고 허름한 천막이었지만 하나님의 임재와 예배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구약시대에 하나님을 예배했던 장막에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처음 온 날부터 저는 마석공동체에 반해 버렸답니다.
마석 공동체의 분위기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입니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 온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금요일이면 성경공부를 하고 매 주일 6시면 어김없이 예배를 드립니다. 고된 노동 뒤에 어디서 힘이 남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분들의 신앙은 적극적이고 헌신적이고 실제적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과 타국 생활의 외로움, 힘든 노동, 낯선 문화. 외국인 노동자의 삶만큼 고단하고 외로운 삶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이분들에게서는 힘든 기색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올 때마다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보고 도전을 받습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 주셨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거든요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이분들과 함께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뿐이었습니다. 마석 식구들과 함께한 10개월동안 하나님께서 저에게 좋은 공부를 시켜주신 것 같습니다.
올해 초 마석공동체는 아름다운 교회를 지었습니다. 정말 크고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경제적인 여유 속에서 부족한 것 없이 지어진 교회는 아니지만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우리 멤버들이 직접 시간을 들이고 헌금을 하고 노동을 해서 지어진 교회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다른 어느 교회보다 아름답고 큰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춘천 가는 길목에 우리 교회가 있습니다. 마석에 오시면 꼭 가구 공단 안에 있는 허름한 초록색 천막을 찾아 주세요. 쉬다 가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 노경화 자매는 간호사로서 희년국제선교교회 마석공동체에서 예배와 무료진료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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