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화해자
이헌용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쿠르드 교회 지도자들이 자이툰 부대와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초청으로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대형 교회들과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 뒤늦게 이들의 한국 방문 소식을 접한 저희 쿠르드공동체 리더들은 이들을 방문, 감격의 상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쿠르드교회가 있다는 것을 자이툰 부대나 군선교연합회가 알고 있을 터인데 왜 이들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2004년 봄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 아랍지역에 파병키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파병지가 아랍지역이 아닌 쿠르드지역으로 변경되면서 큰 혼선이 왔습니다. ‘아랍 지역’에 맞춰 지역전문가와 통역자를 준비해 왔는데 목적지가 ‘쿠르드 지역’으로 바뀌자 쿠르드 전문가와 쿠르드어 통역자가 급히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군 관계자들이 희년사무실을 방문하였고 쿠르드공동체 리더들과 수차례 만남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이툰 부대가 국내에 있는 쿠르드공동체의 존재를 모른다고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후방(後方) 깊이 들어온 쿠르드인
국내에는 이란, 터키, 이라크에서 들어온 쿠르드인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숫자는 한때 수천명이 넘기도 했으나 비자가 만료되어 많이들 귀국하고 현재는 7-8백 여명 정도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쿠르드인들도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체불의 고통과 질병의 아픔으로 저희 선교회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 중엔 산업재해를 당해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며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체불임금을 포기한 채 귀국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인해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던 이야기는 외국인노동자라면 그저 누구나 겪고 있는 보편적인 일입니다. 한국에 있는 쿠르드 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고통을 이라크내 쿠르드 주민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국내 쿠르드인들의 국적이 대부분 이란과 터키라서 이라크 쿠르드인들에게 소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국내 쿠르드 노동자들의 고통 받는 일이 계속된다면 그동안 한국이 자이툰 부대를 통해 쿠르드 주민들에게 쌓아온 많은 긍정적인 노력들은 한순간에 그 의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참된 위로와 격려는
국내에 있는 쿠르드 노동자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쿠르드 현지 대주민(對住民)봉사를 아무리 많이 한다 해도 진정한 의미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쿠르드 현지교회 지도자를 초청하여 한국 교회를 아무리 많이 견학 시킨들 그들에게 참된 격려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라크에서 고난당하며 믿음을 지키고 있는 쿠르드 교회를 향한 참된 격려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가난한 자기 동족 쿠르드인들의 어려움을 한국교회가 외면하지 않고 돌아보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쿠르드 노동자들을 마음을 다해 돌본다면, 언젠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쿠르드인들의 고난에 사랑으로 함께 했던 한국교회를 반드시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쿠르드 노동자들의 외롭고 힘든 삶의 현장에 들어와 보여주었던 화해자 예수님을 그들이 기억할 때, 자기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갈등과 충돌 속에서, 그들도 사랑과 공의를 구하는 작은 화해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뜻하지 않은 풍성한 열매를 최전방(最前方)에서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2006. 5)
'컬 럼 > 이헌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교 대회와 여름단기선교를 앞두고 (0) | 2021.09.09 |
---|---|
외국인에게는 외국인의 모습으로 (0) | 2021.07.18 |
세계화 속의 외국인 노동자 선교 (0) | 2021.07.18 |
새롭게 희년선교회의 식구가 되며 (0) | 2021.07.18 |
국제 결혼 가정을 맞이할 준비 (0) | 2021.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