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7)
국제 결혼 가정을 맞이할 준비
이헌용
지난해 외국인과 혼인한 사람은 4만3천여명으로 2004년과 대비하여 21.6%나 늘었습니다. 100쌍중 13.6쌍이 외국인과 혼인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이 외국여성과 결혼한 비율은 35.9%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가정들이 의사소통,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의 차이, 생활습관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인 배우자의 노력
외국 국적의 배우자가 선교회를 찾아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남편에게 맛있는 한국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인터넷까지 뒤져가며 열심을 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배우자가 애쓰는 동안 이들의 한국인 배우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상대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 시집장가 왔다고 무조건 한국 것만 수용하도록 강요한다면 건강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인 배우자는 외국인 배우자가 가정과 사회에 어떻게 하면 잘 정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인데 먼저 자신부터 배우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빠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준비
시골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어느 날 예배 시간에 국제결혼한 부부 한 쌍이 교회 한 켠에서 설교를 듣고 있더랍니다. 그러나 한국말이 매우 서툰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나누셨습니다. 이처럼 농어촌의 교회는 늘어나는 국제결혼 가정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도시 교회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점에는 농어촌교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회는 주변에 새로이 국제결혼한 가정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정이 지금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도움을 나눌 수 있다면, 이들에게 진정 가장 중요한 영적 필요 또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교회는 국제결혼 가정을 위해 지금은 유모와 같은 역할을 감당할 때입니다.
한국 사회의 노력
선교회에 드나들며 한국어를 배우던,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자 A씨가 찾아와 자기 나라로 곧 돌아갈 뜻을 비췄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여 결혼하였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고 무척 노력하였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가정을 갖게 되어 이전처럼 매일 야근하며 공장에 다닐 수도 없게 되니 수입은 줄고 자녀를 갖으니 자연히 지출은 늘어났습니다. 한국 국적을 얻었지만 사회는 늘 자신이 외국인노동자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한국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월급은 순수(?) 한국인과는 차별 받았습니다. 그래서 공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낙오자가 된 듯 지친 모습으로 이젠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되뇌입니다.
미식 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는 이 땅에 혼혈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크게 부각시키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땅에는 국제결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고 있으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시골 학교 교실은 이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종과 문화에 따른 차별과 소외, 집단 따돌림을 당하며 성장한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소요사태의 원인은 ‘종교’가 아니라 ‘차별’에 기인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006. 9. 7)
'컬 럼 > 이헌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교 대회와 여름단기선교를 앞두고 (0) | 2021.09.09 |
---|---|
외국인에게는 외국인의 모습으로 (0) | 2021.07.18 |
화해자 (0) | 2021.07.18 |
세계화 속의 외국인 노동자 선교 (0) | 2021.07.18 |
새롭게 희년선교회의 식구가 되며 (0) | 2021.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