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희년을 누리게 하소서
이헌용
* 선교타임즈와의 인터뷰 기사(2006년 2월호)를 게재합니다.
Q. 희년선교회를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희년선교회는 이문식 목사님(남서울산본교회 담임)과 이만열 장로님(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두 분이 중심이 되어서 1991년 11월 23일에 창립된 단체입니다. 이 목사님은 구로공단 이 자리(서울 금천구 독산1동)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하던 중,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주를 지켜보면서 선교회 구조로 전환하여 지금의 선교회 기초를 놓았던 분입니다.
희년선교회는 초창기에 한국누가회(CMF: Christian Medical Fellowship) 학생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봉사를 시작하면서 ‘무료진료소’가 세워지게 되었고, 의료보험 없이 일시적인 무료진료만 하는 것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여 사설 의료보험제도인 ‘희년의료공제회’를 95년도에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불법체류자들이 사전에 자기의 건강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희년은 아시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하나의 위대한 선교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아브라함의 사건(창12:1)과 예루살렘교회가 흩어지는 사건(행8:1)을 같은 선교적 맥락으로 인식해서 ‘대도시 선교신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희년선교회의 이사장은 홍정길 목사님(남북나눔운동 대표, 남서울 은혜교회 담임)이며, 회장은 이만열 장로님(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Q. 희년선교회의 사역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희년선교회는 내부적으로 ‘씨앗공동체’를 형성하여 독립시키는 것과 지역교회에 입양하는 두 가지 사역원칙이 있습니다.
희년은 무료진료소, 한글교실, 상담, 쉼터 등 여러 가지 사역을 통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인권보호와 인간성 회복은 물론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역을 통해 ‘씨앗공동체’가 형성되면 준비된 사역자와 함께 희년에서 독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연약한 상태에 있으면 희년선교회로부터 관리를 받으며 내부공동체로 남아 있게 됩니다. 현재 희년에서 독립한 여러 희년공동체는 서로 협력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 선교에 관심을 가진 지역교회에 씨앗공동체를 입양시키는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전국에 흩어져 있기에 한 단체가 감당할 수 없을 뿐더러 지역교회가 외국인노동자 선교에 참여해야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년은 전문성을 제공하고 지역교회는 모임장소와 자원 활동가 및 재정을 공급함으로써 입양된 공동체가 잘 자라도록 상호 협력하는 구조입니다. 좋은 예가 동두천 신광교회(이현구 목사)에 입양된 ‘희년쿠르드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독립된 각 공동체는 실행이사회를 통해 한 해 동안의 사역 및 모든 수입, 지출의 재정을 공개함으로써, 공동체의 투명성을 통한 건강성을 유지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외국인 근로자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방나라에서 당하는 모든 억압과 핍박, 그리고 인간적 외로움과 소외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공의를 드러내는 선교적 접촉점인 동시에 복음의 총체적 구현이 요청되는 현장입니다. 성육신적인 참된 선교를 위해 겸허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세계에 들어가서 동참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치유와 회복의 사역을 외국인 노동자 영육의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지원할 때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의 인간적 연대성을 회복하는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국내에 잠시 들어와 있는 외국인 나그네들을 복음 안에서 잘 섬김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아시아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 속에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복음에 대해 닫힌 지역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그 지역을 열어 줄 열쇠요, 하나님의 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노동자 선교는, 세계로 나가 선교하고 있는 선교한국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요, 모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겸허히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희년선교회가 하고 있는 사역을 소개해 주십시오.
희년선교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양육하는 사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일이나 주중에 수시로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체불임금, 산재, 출국문제 등 전반적인 어려움을 돕는 ‘상담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가 없거나 근무하다 다쳐서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사역’(서울 금천구 가산동 237-121 봉암빌라 마동 지하2호, 주선미 선교사: 017-223-2177, 02-857-7829)이 있습니다.
희년의 ‘무료진료소’는 평일에 의료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매주 주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내과, 치과, 한방과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20명의 전문의와 6개의 의과대 50여명의 의대생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의료공제회’는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료공제회 제도를 통하여 협력병원에서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회원들의 납입하는 회비(월 6,000원)를 모아 진료비를 지원하는 상호부조형식의 공제회입니다.
이외에도 희년은 남한에 온 북한이주민들과 난민들을 위한 노동, 인권, 의료 상담소인 ‘북한이주민 및 난민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회와 각 선교단체, 그리고 후원자들을 이어주는 소식지를 격월로 1600부 정도 발간하는 ‘문서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Q. 희년선교회의 비전과 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는 많은 단체들과 지역교회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또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기에 희년은 지금의 일들과 더불어 그 다음을 섬기고자 합니다. 그 동안 외국인 노동자 선교는 구제와 긍휼사역, 그리고 법제와 인권운동이 중심이었고 아직도 보완, 개선되어져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노동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교회나 단체를 스스로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법이 정비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보강되면 외국인노동자들이 직접 교회로 찾아오는 일은 줄어들 것이며 자연스럽게 그들끼리만의 민족과 족속(Nations and Tribes) 공동체가 강화될 것입니다. 이것을 대비하는 것이 향후 외국인 노동자 선교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 선교 단체와 각 민족과 지역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해외선교단체간의 협력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아울러 희년선교회는 지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선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섬기고자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앙공동체가 마련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2006.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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