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 럼/이헌용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

희년선교회 2021. 9. 9. 20:42

(2005. 10. 29)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헌용

 

우리는 3D 업종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산업재해 등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해 측은히 여기며 또한 임금체불과 불합리한 제도에 분개합니다. 그래서 아픈 외국인 노동자가 있으면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느라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해 아예 무료병원을 세워 수술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더듬거리는 한국어가 안쓰러워 열심히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이 모든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법과 제도에 있다고 생각하여 이의 개선을 위해 투쟁도 합니다. 이 일은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시대에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한가지 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국민 다수의 의식을 바꾸어 가는 일입니다.

 

어느 날 쉼터의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쉼터에 들락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골목에서 만나면 왠지 모르게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딸을 가진 아주머니들은 더 불안하답니다. 쉼터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무슨 나쁜 짓이나 무서운 짓을 했냐고 물으니 그런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쉼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냐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해질 무렵 어둑어둑한 골목길에서 우리보다 피부색이 더 까무잡잡하고 눈망울도 부리부리한 사람을 맞닥뜨릴 때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오늘날,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 다수의 본심을 살짝 보여준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금체불이나 의료보험, 산업재해 등은 제도를 개선함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차별은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도는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바꾸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를 측은한 마음으로 도울 수는 있지만 그들을 진정 이웃으로 맞이하여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이 생각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기는 하되 그들의 거주지를 공단으로 제한하거나 특정 지역에 그들끼리 따로 살게 한다면 한국인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의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가까운 장래에 그들 스스로 우리와 분리된 삶을 살아가려할 것입니다. 그 때엔 지금 우리가 애쓰고 있는 이 모든 선한 노력이 헛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005.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