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3)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선교과제
이헌용
1. 서론 - 외국인 유입의 시대
오늘날 국제화, 세계화로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물결로 인식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 상호 관세 철폐를 통한 무역 자유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리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으며 목도하고 있는 바이다. 국제 경제의 변화와 더불어 개혁, 개방을 통한 사회주의권의 변화는 동서 냉전 체재를 붕괴시켰고 국제간의 교류와 노동의 세계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화와 도시화로 인해 더욱 벌어지고 있는 빈부 격차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또는 자국의 빈곤과 실업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때론 더욱 풍족한 삶을 누리기 위해 국경이라는 장벽을 넘게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민의 수는 1억2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수는 현재 70만명, 2010년에 100만 명, 지금과 같은 고령화,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2100년엔 1천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외국인들은 한국교회에 큰 선교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2. 외국인노동자 도입 제도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가중됨에 따라 통상산업부 및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력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1년에 해외투자법인연수생제도가, 1993년에는 산업기술연수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위의 제도들은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연수생’의 신분으로 도입하는 편법적인 정책으로서 제도적으로 노동자성을 부정하여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및 산재보상법 등의 적용을 배제하였고, 사업장에서는 강제적립, 폭언폭행, 감금노동, 여권압류 등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1995년부터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로 1996년 고용허가제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과 노동허가제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근로자고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 후 산업연수생에게 최저임금 및 산재보상법과 노동관계법의 일부조항을 적용하고 2000년부터는 연수취업제를 시행하여 총 3년의 체류기간 중 2년을 연수생으로 노동을 하면 이후 1년은 노동자 신분인 연수취업생으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2002년부터는 그 기간을 1년 연수생, 2년 연수취업생으로 완화하였으나 산업연수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이었던 산업연수제와 병행 실시로 고용허가제는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되었다. 법안 제정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2004년 8월 17일자부터 고용허가제는 새로운 외국인력정책으로 본격 시행되었으며, 정부는 오는 2007년 1월 1일부터 외국인력제도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시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3. 외국인노동자의 특수성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외로움, 언어 소통의 문제 그리고 인종 차별 등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와 많은 제약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 가능한 직종은 대부분 한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인과 취업 경쟁이 되지 않는 부문에만 문을 열어 놓음으로서 갈등의 소지를 막으려는 정책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러한 업종의 사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하여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급여도 제 날짜에 지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에 놓인 사업장이 많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산재사고, 임금체불의 스트레스,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병, 열악한 현장으로 인한 직업병 등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2차적 고통과 위험이 따른다.
4. 선교적 관점에서 본 외국인노동자
1) 외국인 유입에 대한 선교적 인식
이와 같은 대규모 외국인 유입 현상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내시고(창12:1) 예루살렘교회가 흩어지는 사건(행8:1)과 같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아시아 지역 거대도시로의 유입을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진행된 위대한 선교적 사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에 스스로 찾아와 새로운 종교에 관한 관심을 갖고 성경을 읽던 한 이디오피아 내시를 전도함으로써 아프리카 교회를 세우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한 빌립(행8:26)의 본을 따라 한국에 잠시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심령에 복음을 신속히 전하여야 할 것이다. 빌립을 휘몰아 갔던 성령님의 강권하심이 한국 교회 위에 임하시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2) 열린 기회, 닫힌 교회
외국인들은 모국에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다가 난생 처음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 와서 각종 인간적인 갈등과 불안, 연민에 싸여 살아가고 있다. 자신들의 고유한 세계관과 종교가 새로운 문화와 문명, 종교에 부딪히며 상대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개개인들은 각종 실존적 위기 속에서 복음에 대한 수용성이 아주 높아진 상태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실존적 위기를 복음화의 접촉점으로 삼는 선교 방식이 필요하다. 외국인에게 이와 같이 복음을 전파할 중요한 기회가 도래했는데 한국 교회가 이를 적절히 사용치 못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3) 당위성
외국인노동자들이 이방도시에서 당하는 모든 억압과 핍박과 착취와 인간적 외로움과 소외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공의를 드러내는 선교적 접촉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복음의 총체적 구현(Wholistic embodiment)이 요청되는 현장이다.
4) 균형
외국인 노동자는 그들의 내면에서 직면하는 물질에 대한 탐욕, 인간의 이기성, 거짓과 폭력, 악에 대하여 악으로 저항하려는 욕구 등에 대하여 성경적인 교훈에 기초한 도덕적 권면과 회개의 요구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가르침을 증거해야 할 대상이다.
5) 다양한 종족, 다양한 종교에 대한 선교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양한 종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서 구성되어 있는데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 종교적으로는 이슬람권, 힌두권, 불교권, 사회주의권 등 치열한 영적 전투지역의 사람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6) 닫힌 지역을 열어줄 열쇠
이미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복음에 대해 닫힌 지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중 특히 회심한 사람들과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 관계가 형성된 귀국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선교를 현지에 까지 이어갈 수 있겠다. 현지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연구하여 이에 부응할 수 있는 팀을 구성, 장,단기로 파견하여 현지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교회와 선교 현지를 이어주는 ‘복음의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5. 외국인노동자 선교의 문제점
1) 올바른 선교 신학의 정립
외국인노동자 선교신학의 기초는 하나님 말씀에 근거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한 국내 정치, 사회적 상황은 늘 변화하고 있으며 현 상황에 맞는 선교신학적 연구가 요청된다.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어떠한 형태로든 감당하고 있는 지역 교회들에게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하여 그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신학적 답변을 제시하지 못할 때 복음의 현장성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2) 한국 교회의 선교에 대한 인식 문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내에 있다고 해서 이들을 단순히 국내전도 대상으로서 한국인에게 전도하듯 한다면 풍성한 열매를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으로서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와는 전혀 다른 언어, 문화 그리고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서 타문화권 선교 대상으로 인식하여 다가가야 할 것이다.
3) 노동자 신분에 대한 전문성 결여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순히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겨 쉽게 접근한다면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이 처한 환경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공단이며 이들의 신분은 노동자이다. 한국도 7-80년대를 지나오면서 공단의 온갖 아픔을 몸으로 겪어 왔는데 아직도 우리들 자신의 노동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늪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정책과 공단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 지속적인 양육의 제한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이다. 게다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공장 일자리를 따라 이동할 수 밖에 없으며, 20만 명이나 되는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기 때문에 지속적인 양육과 교육을 시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5) 주체성 그리고 연대
교회의 성육신적 사랑과 복음전파에 반응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교회 사이에 사랑과 신앙의 연대성을 이루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제언
1) 한국교회의 총체적 선교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 초기에 이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 절박하였다.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산재사고를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하여도 속수무책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 선교의 시작은 곧 구제 사역이었고 인권운동이었다. 그러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법이 어느 정도 정비되면서 진보적인 성향의 교회는 인권 운동 쪽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교회는 오로지 영혼 구원 중심으로 분화되고 전문화 되는 경향을 띄고 있다.
그러나 총체적 선교는 두 성향의 주장을 조화하고 통합해서 완전하고도 온전한 전체를 이루는 것이다. 총체적 선교는 전인적이고 온전하고 완전하며 완성적이다. 예수님의 선교가 그러했듯이 외국인노동자 선교 역시 총체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외국인노동자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성육신적 선교가 필요하다.
2)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연구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랜 역사의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기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며 자기의 언어와 자기 종교적 신념이 있는 엄연한 타문화권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선교는 이들 문화와 종교, 가치관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하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 해외선교단체 협력을 통한 동반자 선교
해외선교단체들을 통해 많은 선교사들이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국에 파송되어 일하고 있다. 현지의 언어와 문화, 종교, 정치 사회 현황 등 많은 지식과 경험이 선교사들에게 축적되어 있는데 이들을 국내 외국인 노동자 사역의 동역자로 참여케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4) 교회의 공동 과제
외국인 노동자 선교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회의 역량은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선교에 대한 협력과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불필요한 경쟁은 자칫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하게 되어 선교의 역효과만을 일으킬 것이다. 각 교회에서 모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내용을 서로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각 나라 언어별 선교용 문서를 공유함으로써 한국 교회는 공동적으로 선교를 수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5) 성육신적 삶의 모델
언젠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교회가 그들의 외롭고 힘든 삶의 현장에 들어와 보여주었던 화해자 예수님을 기억할 때, 자기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갈등과 충돌 속에서, 그들도 사랑과 공의를 구하는 작은 화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 결어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한편, 편견와 차별로 얼룩진 상처의 땅이 되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사실 그들의 나라에서 해외출국의 특권, 재정적 능력, 고학력, 외국어 숙달 등 상당한 특권을 가진, 잠재적 미래 지도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가난한 노동자의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그들에게 대한 인권문제와 영적 돌봄을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되돌아 올 것이다. 엄청난 국제적 불이익과 민간외교의 손실을 겪게 될 것이며 동남아 각국에서의 혐한(嫌韓) 내지 반한 정서를 창출케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귀국한다면 ‘세계선교의 선두주자’를 꿈꾸는 한국교회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현지에서 만나 엄청난 댓가를 치루어야할 지 모른다. 특히 이 문제에 우리 교회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하늘나라에서는 더욱 크게 주님으로부터 경책을 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 있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한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이들을 구원하는 영적인 사역과 더불어 의료 활동을 통한 육신의 치유와 회복, 억울하게 당한 일들을 중재하는 상담,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우며 또한 한국 사회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을 버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맞이하도록 교육하는 일 등, 총체적이며 대(對) 사회적이며 거시적인 안목으로 선교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할 때 우리는 뜻하지 않은 풍성한 열매를 선교의 최전방에서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타국인이 너희 땅에 우거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더니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레위기 19:33-34)는 말씀 앞에 심령의 귀를 크게 열어야 할 것이다.
(200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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